[임금동결 사업장 급증] (SKM 사례) 노조에서 먼저 동결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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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디오 테이프 생산업체 ㈜SKM 노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교섭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
5개월여 동안 11차례 협상을 벌이고 전면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던 작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마찰 없이 노사 합의가 이뤄진 가장 큰 이유는 오디오 테이프 원료에 해당하는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
실제로 오디오 테이프 주요 원재료 격인 테레프탈산(PTA)은 지난해 t당 5백90달러선에서 올 들어 7백24달러까지 상승했다.
3년째 이 회사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기씨(42)는 "유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으로 회사가 어려운 줄 뻔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무리한 요구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영진이 먼저 급여중 일부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솔선수범했지만 올들어서는 사측 못지 않게 노조도 회사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조합원은 "장기 불황에다 매년 10%씩 수요량이 줄어들고 있는 오디오 테이프 산업의 '이중고'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작년 같은 노사 갈등을 절대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데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신뢰가 형성되기까지에는 노조위원장이 경영회의에 참석하는 등 투명경영 실현이 주효했다는게 노사 양측의 평가다.
법정관리 개시 때부터 법정관리인으로 일해온 박문성 관리인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투명경영을 통한 노사 신뢰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한 해 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고 올해는 무교섭 임금 동결을 이뤄낸 것이다.
박 관리인은 "노조측에서 먼저 임금을 동결하자고 제의해 놀랐다"며 "회사에서는 인위적인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일자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노사 모두 법정관리 조기 졸업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어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