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製.販 납품가격 전쟁] <中> 최저가보상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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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통학회 산하 식품산업유통연구회가 최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연 세미나는 최저가보상제를 둘러싼 할인점과 납품업체간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주제는 "식품유통경로상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갈등과 해결방안"이었다.
그러나 발표와 토론의 화두는 "최저가격보상제"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이정희 중앙대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할인점과 제조업체 간에 발생하는 갈등의 근본원인은 힘의 논리에 있다"면서 "할인점이 최저가격보상제를 실시하면서 마진이 줄어드는 부분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이어 "이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제조업체의 수익악화와 품질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체와 할인점 간 빚어지고 있는 갈등의 배경에는 최저가보상제가 그 원인이자 도화선이라는 지적이다.
고려대 양승룡 교수가 최근 1백70개 식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할인점의 최저가보상제에 대해 '추가 비용지출에 따른 수익성 악화(43.8%)'를 맨 먼저 꼽아 이 제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 할인점의 공급가 인하 압력에 '현실적 대응방안이 없다(26.2%)','신제품 출시(21.4%)','중량 및 포장크기를 조절한다(19.0%)'순으로 응답,할인점의 최저가 보상제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연탁 한국식품공업협회 부회장은 "최저가보상제란 결국 할인점 간 과당경쟁의 결과물인데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조업체의 공격에 대해 유통업체의 반론도 만만찮다.
할인점이란 싸게 파는게 근본 목적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할인점과 슈퍼체인점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고위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필요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저가보상제는 마케팅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라고 해서 반드시 최저가보상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최저가를 추구하는 건 할인점의 책무이지만 지나치게 여기에 매달릴 경우 제조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월마트가 연중 저가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것도 저비용 경영구조를 갖추었기 때문"이라며 "고비용구조를 가진 할인점일수록 제조업체를 압박해 납품단가를 낮추는데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동 한국유통학회장(국민대 경영대학원장)은 최저가격보상제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야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유통과 제조가 함께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