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국민연금 논란 미봉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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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아예 폐지하라는 반대론자들이 모여 촛불시위까지 한다고 한다.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일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무효과다.
사이버 공간에서 시작된 국민연금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데에는 정부 스스로 책임이 있다.
지난 88년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무리하게 '적게 내고 많이 타는' 구조를 채택해 국민의 기대를 부풀려 놓고, 이제와서 '많이 내고 적게 타는' 방식으로 근본틀을 바꾸는데 따른 국민저항이라고 볼수 있다.
보험료를 제때 못낼 만큼 생활이 어려워진 가입자들에게 강제 차압을 실시하는 등의 행정편의적인 집행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자초한 것이다.
사태가 이지경까지 확산됐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안이한 대책뿐이다.
배우자 사망시 한쪽에만 연금을 지급하는 수급제한권이 문제되자 유족연금을 일부 지급하겠다거나, 구체적인 방안없이 고소득자의 소득파악을 강화하겠다는 식이다.
때문에 우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어차피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액은 내리는' 개선이 불가피하다면 하루빨리 고치는게 좋다.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현행 연금수지 구조로는 2047년 이전에 연금재정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탈리아에선 지난 95년 연금개혁을 추진하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권이 오히려 몰락의 길을 걸었고, 프랑스는 지난해 연금의무 납부기간을 2년 늘리려다 전국적인 파업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봉적인 대응만 할수는 없는 만큼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세한 실상을 알리고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어떤 방식의 제도개선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