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실기업 오너 등 9명 구속] 공적자금 받아 호화생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거액의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일부 부실기업 오너들이 분식회계로 사기대출을 받거나 회삿돈 유용 혐의 등으로 또다시 대거 사법처리됐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경영에 실패한 당시 부실기업주들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28일 6차 중간수사결과를 발표, 분식회계를 통해 불법대출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등으로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과 김태형 전 한신공영 회장, 이준호 전 충남방적 대표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과 원하연 전 센추리 대표, 이관우 전 한일은행장 등 1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별건으로 구속된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은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 스님을 돈세탁에 활용 =부도직전 인수한 한길종금을 통해 4천2백억원을 부당대출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은 98년 7월 부도가 임박하자 유명사찰에 시주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모두 6백34억원의 회사자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특히 이 사찰의 스님인 김성택씨를 이른바 '돈세탁 브로커'로 활용했다. 김 전 회장은 부도직전 김씨가 개설한 사찰명의 계좌로 회삿돈 47억5천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이 중 20억원에 대해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줘 시주로 위장했다. 특히 김씨는 이 돈을 30여개 계좌를 이용해 2억원씩 반복 입ㆍ출금하는 돈세탁 수완을 발휘, 수사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 회삿돈이 내돈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별건 구속중)은 98년 4월 회사가 자금난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회삿돈으로 전처 배모씨와의 이혼 위자료 24억원을 지급한 부도덕성을 보였다. 최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서울 장충동 소재 집(시가 17억원)을 회사명의로 바꿔, 빌린 돈을 갚는 형식을 취했지만 회사에 결국 7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 최 전 회장은 자택관리를 위해 고용한 직원 19명의 급여 13억원을 회삿돈으로 줬다. 전윤수 성원그룹 회장의 경우 99년 4월 회사가 부도난 당일에도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도한 대금 14억3천만원을 빼돌려 자녀 유학비용, 주택부지 매입대금으로 사용했다. 전씨는 또 고문 법무사의 명의를 빌려 시가 35억원짜리 호화주택을 지었으며, 자신의 부인을 계열사 임원으로 꾸며 급여 명목으로 1억2천여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 공자금 회수현황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찾아낸 은닉재산은 성원토건그룹 6백34억원, 동아그룹 1백60억원, 성원그룹 35억원, ㈜굿머니 1백2억원 등 모두 9백31억원 상당이며, 전액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환수될 예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