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製ㆍ販 납품가격 전쟁] (中) 최저가보상제 갈등

'동일한 제품이 더 싸게 팔리고 있으면 보상해 줍니다.' 고객들에게 최저가격에 판다는 점을 강조하는 최저가보상제는 지난 97년 이마트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그 뒤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그랜드마트 등 대형 할인점으로 확산, 할인점업계에 가격인하 경쟁을 불붙였다. 최저가보상제가 일반화되면서 할인점들은 경쟁점의 가격을 매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로 이어져 납품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됐다. "최저가격 보상제는 얼핏 소비자를 위하는 것 같지만 결국 낮은 납품가->이윤하락->함량ㆍ원료조절->질 저하로 이어져 납품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낮은 가격에 납품하더라도 적자를 볼 수는 없으므로 중량을 줄이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저가의 이면에 숨은 중량감소나 저가원료 사용을 모를 것"이라면서 "핑계같지만 최저가격보상제가 이런 구조를 낳게 하는 원흉"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일부 학자들도 동의한다. 식품산업유통연구회가 최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연 세미나에서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할인점과 제조업체 간에 발생하는 갈등의 근본원인은 힘의 논리에 있다"면서 "할인점이 최저가격보상제를 실시하면서 이윤이 줄어드는 부분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제조업체의 수익악화와 품질저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양승룡 교수가 최근 1백70개 식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할인점의 최저가보상제에 대해 '추가 비용지출에 따른 수익성 악화(43.8%)' '기존 거래업체에도 납품가를 인하해야 하는 부담(21.9%)'을 주로 들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연탁 한국식품공업협회 부회장은 "최저가보상제란 결국 할인점간 과당경쟁의 결과물인데 제조업체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제조업체의 공격에 대해 유통업체의 반론도 만만찮다. 할인점이란 싸게 파는게 근본 목적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할인점과 슈퍼체인점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고위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나 필요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최저가보상제는 마케팅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통업체라고 해서 반드시 최저가보상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최저가를 추구하는 건 할인점의 책무이지만 지나치게 여기에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저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저비용 경영구조를 갖추는 것"이라며 "고비용구조를 가진 할인점일수록 제조업체를 압박해 납품단가를 낮추려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수동 한국유통학회장(국민대 경영대학원장)은 "유통과 제조가 함께 균형발전을 해야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최저가격보상제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