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등의결권제도 도입 검토를..金和鎭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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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에릭슨(Ericsson)이라는 회사는 1주당 1천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하고 있다.
그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 주주들이 회사를 남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지 않는 한 M&A(인수합병)는 불가능하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나 실제로 차등의결권주식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다.
다만 그 목적이 경영권 방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재무관리상의 이점도 취하기 위해서라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바이아콤(Viacom) 같은 거대기업을 포함해 약 2백개 이상의 상장회사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고 벤처기업 IPO(기업공개)에서 약 5∼6%의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4년 미만의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주 1의결권, 4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주 5의결권을 가지게 한 흥미 있는 사례도 있다.
화제의 IPO를 준비중인 구글(Google)도 차등의결권주식 발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장치가 없으면 벤처기업의 직원들이 IPO 후 주식을 처분하는데 제약을 많이 받게 돼 IPO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또 차등의결권제도는 대주주가 과도하게 회사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무리해서 그를 유지할 필요성을 없애주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용이하게 하고 회사의 소유구조를 단순하게 한다.
1주1의결권이 기업의 지배구조에서 우수한 제도라는 데는 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도 차등의결권제도나 그 한 형태인 황금주식의 활용을 축소시키려는 방향의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EU사법법원은 황금주가 위법이라는 판결까지 내렸다.
그러나 정작 유럽에서 차등의결권제도의 잠식 경향에 경고를 보내는 사람들은 주주이익모델을 신봉하는 미국의 주류 회사법학자들이다.
차등의결권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해당 기업들이 계열사간 순환출자나 피라미드형 그룹구조를 만들어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보전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우리 나라 상법은 1주 1의결권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강행법규로서 회사가 정관으로 바꿀 수 없는 원칙으로 이해돼 있다.
그러나 주주의 의결권 제한은 상법 자체는 물론이고 여러 법령에서 다반사로 행해진다.
감사선임에 있어서 3%를 상한선으로 하는 제도가 그 대표격이다.
대기업의 왜곡된 소유구조가 외부통제장치를 무력화시키고 내부거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 현재 소유구조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외국인을 포함한 적대세력에 대해 기업의 경영권을 취약하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높다.
차등의결권제도를 포함해서 경영권 방어의 여지를 넓혀 회사의 인적 자산에 낭비가 발생하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여기서 새삼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제도가 반드시 경영권 고착 수단이라고만 생각할 것은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계열사간 순환출자나 피라미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한 성격을 가진다.
자본시장에서 저배당률과 같은 그 보유에 대한 대가도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재무관리 폭을 넓혀준다.
미국에서 1주 1의결권을 고집하던 뉴욕증권거래소가 많은 기업들의 필요에서 발생하는 '압력' 때문에 그를 포기한 역사를 돌이켜 볼 필요도 있다.
외국의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이나 상품을 개발하고자 할 때 '한국에서는 법률상 안 되는 방법이다'라는 조언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법제도가 시장에서의 창의적인 노력을 제약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무슨 제도이든 악용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단점은 완벽하게 제거하고 장점만 가지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