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반도 지진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러 역사문헌에 나타나 있다. 삼국사기에는 779년 경주지방에 발생한 지진으로 1백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고려사에는 "1311년 낡은 수녕궁이 무너지고 임금님이 앉았던 땅이 터져 그 길이가 수 척(尺)이나 되었다"고 적혀 있다. 지진과 관련된 문헌은 이외에도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12종이나 되는데 "땅이 벌어져 찢어지고 갈라졌다" "백성들 집이 무너져서 깔려 죽은 자가 여럿 있다"는 기록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국내에서 계기를 사용한 지진측정은 1905년,첨단장비를 갖춘 기상청의 지진관측은 1978년부터라고 하는데,갈수록 지진이 잦고 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엊그제 울진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리히터 규모 5.2)은 계기측정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해서 야단이다.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지진이 늘고 있는 것은 극동지역에서 빈발하는 지진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최근 10년 사이만 해도 일본 고베,러시아 사할린,중국의 윈난성 신장성 등지에서 진도 6.0을 넘는 강진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진피해도 우리처럼 유라시아 지각판 위에 있는 중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976년 탕산(唐山)지진에서는 무려 43만여명이 죽거나 다쳤고,1920년 간쑤성(甘蕭省)사고에는 18만여명이 사망했다. 이번 울진 지진은 재앙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터다. 지금과 같은 무방비 상태에서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강진이 일어났다고 가정할 때 그 피해는 상상키 어렵지 않다. 원전지역은 안전성을 갖췄다 해도 중화학 공업단지,얼마전 개통된 고속전철,도시의 아파트를 비롯 대부분의 고층건물들은 속수무책이나 다름없어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법이다. 지금이야말로 내진설계의 기준을 강화하고 아울러 실제 지진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