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입금 다 갚는다.. 부채비율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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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오는 9월까지 국내 차입금을 전액 상환,무차입 경영에 나선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8월과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5천억원씩 1조원을 차환발행하지 않고 9월까지 전액 조기 상환키로 했다.
지난 3월말 현재 3천9백억원 수준인 차입금도 9월까지는 모두 갚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환율 하락을 예상해 조기 상환하지 않기로 결정한 2006년과 2007년 만기 해외사채 4천5백억원을 제외하면 국내 차입금은 '제로(0원)' 상태가 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경우에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1조2천억원 규모의 시스템LSI 설비투자나 2천5백억원 규모의 D램 및 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설비확충 재원도 모두 내부자금으로 마련키로 했다.
삼성전자의 올 1·4분기말 현금성 자산은 △현금(및 등가물) 1조7천억원 △3개월 미만 단기금융상품 투자금액 5조3천9백억원 △단기매도가능 증권(금융채 및 수익증권) 2조3천6백56억원 등 총 9조5천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완료된 자사주 소각(2조원)과 삼성카드 증자참여(6천억원) 등을 하지 않았다면 보유 시재(時在·현금성 자산)가 12조원을 넘는 셈이다.
삼성은 이미 차입금보다 보유현금이 훨씬 많아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상태이며 1·4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하는 등 올해 천문학적인 수준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연말까지 최소 15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불필요한 자산도 모두 매각,유동성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 주식 8백36만주와 데이콤 주식 2백45만주도 1년 내에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수익증권 거래잔고가 1조5천억원이 넘을 정도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1천억원이 채 안되는 이들 주식의 매각은 서두를 이유가 없지만 불요불급한 자산은 모두 처분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대신 신기술 및 우수인력 확보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질적 인수합병(M&A)에는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최근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특허침해 문제와 관련,예방적 차원에서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IBM으로부터 90나노 웨이퍼용 공정기술을 도입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경영방침은 삼성SDI 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PDP와 2차전지,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1조1천8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삼성SDI는 투자자금 전액을 내부자금으로 확보키로 했다.
삼성SDI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월말 현재 9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변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IT기업의 특성상 현금 보유량이 많을수록 좋고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내부 자본축적이 더 이뤄져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장경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