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빠진 대한통운…어떻게 되나] 독자생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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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이 리비아 2차 대수로공사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리비아 악몽'에서 탈피, 회사를 정상화할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협상결과 2차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경우 대한통운이 실제 지급해야 할 액수는 지체보상금 8천5백만달러의 12%인 1천만달러에 그치게 돼 법원과 채권단 모두 협상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대한통운의 정상화 방식과 관련, 회사와 노동조합은 독자생존을 선호하고 있는데 반해 채권단은 매각(M&A)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주자는데 무게를 두고 있어 조율과정이 주목된다.
◆ 리비아ㆍ대한통운 '윈윈 협상'
이번 협상은 리비아 정부와 대한통운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라는게 일반적 평가다.
리비아 정부는 대한통운이 자칫 파산으로 갈 경우 그냥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지체보상금과 하자보증금에 얽매이기 보다 2차 대수로공사를 마무리짓는게 시급한 상황이었다.
대한통운도 동아건설에 공사를 맡겨 놓다가는 향후 엄청난 돈을 물어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차공사를 책임시공하는 대신 지체보상금과 하자보증금을 대폭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양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한통운은 지급보증을 해소하는 대신 앞으로 받아야 할 공사 대금 6억8천만달러를 이미 부식된 배관(2만개 추산) 교체 공사에 사용키로 양보해 협상타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통운, '독자회생 가능하다'
남은 관심은 대한통운의 정상화 방식이다.
그동안 법원은 리비아 리스크만 벗어난다면 대한통운을 법정관리에서 '졸업'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의 박재완 판사는 리비아 정부와의 이번 협상안을 '큰 진전'으로 평가하고 "6월 중순까지 협상안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법원의 허가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회사 경영진과 노조쪽은 독자 회생을 바라고 있다.
대한통운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우량 회사인데다 전국 곳곳에 물류기지를 두는 등 자산 규모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독자회생할 조건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최근 채권단에 리비아 지급보증외에 다른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 문제도 법정관리 탈피 후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실에 빠진 기업이 법정관리 탈피 후 독자생존 코스를 밟은 선례는 없다는 점이 변수다.
◆ 채권단은 '새 주인에게 팔겠다'
채권단은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대한통운이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내용이 튼실한 우량 회사인데다 자산이 많아 새 주인에게 매각할 경우 채권을 일시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A(기업인수ㆍ합병) 시장에서 대한통운은 대우건설 등 옛 대우 계열사들과 함께 몇 안되는 '우량 물건'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 CJ 등 우량한 기업들이 인수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1조원 넘는 부채를 분할 상환하겠다고 나올게 뻔하지만 매각을 하면 당장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용준ㆍ송주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