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추락에 기업들 속속 마케팅 포기] "車판매 올해는 틀렸습니다"

"정말 죽을 맛입니다. 계약을 했던 사람들도 출고 직전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해약 해버리는 통해 미칠 지경이에요."(기아차 서여의도 지점 유지명 과장) 올해로 자동차 영업 13년째를 맞는 유 과장은 "지난달에도 계약취소를 통보해온 고객이 3명이나 된다"며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월 평균 45대를 판매해온 이 지점은 지난달 판매실적이 40% 가까이 줄면서 28대에 그쳤지만 강서ㆍ영등포구 일대 15개 지점 중 판매실적 2위를 기록했다. 목표 달성률이 50%에도 못미친 다른 지점들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유 과장은 "고객들이 먼저 '경기가 어려운데 차 많이 팔리느냐'고 물으며 선수를 쳐 자동차 얘기조차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의 대우자판 철산영업소 박병용 소장은 "무이자, 마이너스 할부, 10% 이상 할인 등 온갖 혜택을 제시해도 전혀 시장반응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곳은 한 달 평균 50대 이상을 판매해왔으나 지난달에는 35대로 떨어졌다. 박 소장은 "5월 판매가 30% 이상 줄었다는 얘기는 올해 장사가 끝났다는 '사망선고'와 다름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서울 성북구 수유영업소를 운영하는 김진호 소장은 "기본급보다 성과급이 많은 영업직원들이 급여가 크게 줄면서 사기가 말이 아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업을 바꿔야 하나'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직영점과는 달리 기본급이 없는 인근 딜러 영업사원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르노삼성차 대구사업소 박준옥 영업사원은 "한 달에 영업소를 찾는 고객들을 손에 꼽을 정도로 지방의 체감경기는 서울보다 훨씬 더 나쁘다"며 "몰던 차도 기름값 부담때문에 세워두는 판인데 누가 새 차를 뽑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