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플린 KAIST 차기총장 인터뷰] "개도국 연구중심대학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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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아직 세계 무대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학입니다. 앞으로 국제화 개방화된 대학으로 키워 나가겠습니다."
최근 KAIST 제12대 총장으로 선임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Robert E.Laughlinㆍ54)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KAIST를 개발도상국이 모델로 삼고 싶은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4월에 한국의 학계 및 재계에 있는 친구들과 과학기술부 고위 관료 등으로부터 총장에 응모해달라는 권유를 강하게 받았다"며 "총장에 선임된 후 한국의 과학기술부와 연봉 및 재직기간 등에 관련한 계약 내용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ST에서 일하게 될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오는 7월에 포항공대에서 열리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 행사에 우선 참가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또 "총장에 부임하더라도 스탠퍼드대에는 휴직 상태로 계속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싶다"며 "스탠퍼드대학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항공대 안에 설립돼 있는 국제연구소인 아ㆍ태이론물리센터의 소장직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미국은 거대하기 때문에 국가와 대학 조직을 변화시키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한국은 탄력성만 붙으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설명했다.
나라가 커질 수록 문제를 풀기가 힘들며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KAIST를 억지로 개혁하지는 않을 것이며, KAIST의 예산을 운영하고 통제하는 일에도 끼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최근들어 미국 이공계대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RD&D'(Research Development & Delivery;연구 개발 및 이전) 프로그램을 KAIST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 성과를 기업이나 일반인에게 이전하는 기법을 교육하는데 온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후 먼저 KAIST 교수들과 만나 현황을 파악한 다음 몇 주 동안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나 분위기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KAIST는 유진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총장업무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번주 중 미국에 머물고 있는 러플린 신임 총장과 접촉할 예정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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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농촌에서 태어났으며 MIT를 졸업했다.
32세 때 '분수 양자 홀효과'를 처음으로 규명한 공로로 지난 1998년에 추이 교수(프린스턴대), 스트뢰머 교수(컬럼비아대)와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열린 '노벨수상자 초청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등 지한파 학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 포항공대안에 설립된 국제연구소인 아ㆍ태 이론물리센터(APCTP)의 소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KAIST 임시이사회에서 제 12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노벨상 수상자로는 처음으로 국내 대학의 총장을 맡게된 것이다.
그는 노벨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킬 수 있고, 특정 인맥에도 얽매이지 않아 KAIST를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울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