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ㆍ面 조화‥ 중용의 미학.. 극재 정점식 화백 회고전

극재(克哉) 정점식 화백(87)은 대구지역의 화단과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원로작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2004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정 화백이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갖고 있다. 1940년대 중국 하얼빈 체류기의 드로잉에서부터 근작까지 대표작 60여점을 출품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 추상계열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50년대의 '두 사람'시리즈는 인간의 본질적인 형상만을 남기는 추상작품이다. 그러나 추상을 향한 작업은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뜻의 호(號)가 암시하듯 '보기 좋은 예술'을 완강히 부정하는 시도였다. 그는 특히 계명대에서 미술교육에 전념했던 60~70년대에 다양한 실험작업을 했다. 대표작인 '발(拔)''허(虛)'는 구상과 추상이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기하하적인 면분할이 강조되기도 했다. 캔버스에 종이를 붙인 후 색면으로 구성한 콜라주 기법도 시도했다. 80년대 이후 근작까지는 서정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시기였다. '양지''성' 등 대표작들은 회화공간,캔버스 표면,리듬 등 개별요소의 어떠한 극단에도 빠지지 않으려는 '중용의 미학'이라고 볼 수 있다. 밝은 색채의 어울림을 추구하고 색과 면이 이루는 무한공간의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성'은 평생 유화만을 사용해 온 정 화백이 동양적인 필획의 멋을 한껏 살려 동양 관념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8월8일까지.(02)779-531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