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버젓한 일자리 .. 김동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김동근 며칠 전 인천 남동산업단지 경영인 모임에서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올 들어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다며 실로 다양한 애로사항이 제시됐지만 이날 경영인들은 극심한 인력난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은 고사하고 기본 생산활동마저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그 심각성을 토로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남동단지를 대표하는 '괜찮은' 중소기업의 대표들이었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쯤되면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청년실업 대란의 시대.다른 한쪽에선 쓸 만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이른바 '미스매치(mismatch)'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올 들어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으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선 무엇보다 기업인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역할과 위상이 획기적으로 전환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행히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고학력 청년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눈높이가 호의적으로 변하는 반가운 조짐도 보인다. 좀더 눈을 돌려보면 대기업 못지않은 알찬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을 갖춘 중소기업들은 많다. 막연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근무여건이 떨어질 것이라며 기피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 현장라인은 거의 자동화돼 있다. 과거와 같은 3D 업종은 대부분 'Clean 3D'로 재편되고 있다. '일'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만이 아니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기술집약적이고 연구개발형의 부가가치가 높은 강한 전문기업들이야말로 중소기업의 비전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큰 틀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강한 중소기업들의 밑그림이 있어야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버젓한(decent) 일자리'는 곧 대기업이란 등식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중소기업인들이 왕성한 프런티어 정신을 되살리고,젊고 우수한 이공계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현장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모습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