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죽음 부른 인터넷

지난 1일 낮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오쿠보초등학교에서 6학년 여학생이 동급생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일본열도가 경악하고 있다. 사건 초기 어린아이의 실수에 의한 우발적 사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계획적인 범행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미타라이 사토미양(12)을 살해한 A양(11)은 4일전 살해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칼을 사용하는 공작 수업이 없어 실행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사건 당일 A양은 "잠깐 할말이 있다"며 사토미양을 교실밖으로 불러낸 뒤 함께 50m가량 떨어진 학습실로 데리고 갔다. 커튼을 치고 의자에 앉힌 뒤 뒤쪽에서 다가와 눈을 가리고 목을 베었다. 6학년 여학생의 행동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담하고 준비된 범행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철모르는 어린아이로 하여금 이토록 잔인한 행동을 유발시켰을까. 매스컴들은 심리학자 아동전문가 등을 등장시켜 범행동기를 규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범행을 촉발시킨 두 학생의 인터넷 홈페이지다. A양은 사토미양과 같은 서클에서 활동하고 평소에도 자주 어울리는 절친한 사이로 올해초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채팅을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10여일 전 A양이 머리를 자른 후 사토미양이 홈페이지에 머리모양이 이상하다고 글을 올린것이 발단이 됐다. A양은 수차례 사토미에게 '그만두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친구를 조롱한 글이 살인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경우 상호작용 없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감정이 그대로 전달돼 오해를 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가와사키의대의 가카오카 타다시 교수(소아과)는 "아이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인터넷에 중독되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유해 정보다. 무방비로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폭력물이 성장기에 접어든 아동들의 정신세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인터넷은 편리한 만큼 역기능도 크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