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체 전략수정 부산 ‥ 한보 새주인 선정뒤 새판짜기 본격착수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의 '새 주인'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이 '새판 짜기'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한보철강의 향방을 점칠 수 없어 경영전략 작성을 미뤄 왔던 각 업체들은 변화된 경영환경에 맞춰 사업계획을 다시 작성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INI스틸은 한보철강 인수를 통해 국내 철근시장 점유율을 29.5%대에서 41%대로 끌어올리는 등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게 됐다. 또 수입고철의 경우 한보철강 소요분을 포함해 연간 3백50만t을 수입해야 하는 만큼 구매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NI스틸 고위관계자는 "수입 고철에 대한 '바잉파워'가 커져 국내 다른 전기로 업체들도 고철 수급에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공장에 40만t 규모의 자동차용 강판 설비 증설을 계획했던 현대하이스코는 한보철강 인수로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용융아연도금강판 설비 증설에 나선다면 1천5백억원의 자금과 1년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보철강을 인수하면 현재 94%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B지구 냉연강판 공장에 3백40억원만 투자하면 6개월 만에 증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하이스코는 현재 1백80만t인 순천공장 냉연강판 생산량을 전부 자동차용으로 전환하고 한보철강에서는 가전용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는 이와 함께 한보철강 나머지 설비들의 정상화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열연강판(핫코일) 정상화 등은 실사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설비가 노후화된 인천공장을 폐쇄하고 당진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예비협상대상자로 밀려 인수가 어려워지자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경두 동국제강 사장은 "인천공장 설비를 보수하거나 당진군 고대지구 30만평 부지로 생산설비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또 그동안 자금문제로 유보했던 유니온스틸(옛 연합철강)의 증자문제도 적극적인 검토에 나섰다. 오는 7월 창사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중장기경영전략을 발표할 예정인 동국제강은 한보철강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새로운 신규사업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키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형화의) 기회가 중국 등 다른 곳에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말로 예정된 파이낵스 공법 개발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언급해 파이낵스 공법을 활용해 중국 인도 등에 종합제철소를 짓는데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동부제강 세아제강 등은 INI컨소시엄이 한보철강 미가동 설비를 정상화할 경우 원료인 핫코일 등의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등 철강업체에 원료를 공급하는 비철금속 업체들도 판매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영업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전기로업체들은 INI스틸의 시장지배력 강화에 따른 경쟁심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