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위장 단타매매 ‥ '간큰 큰손' 68억 챙겨

3일 증권가에 'M&A(인수·합병)주의' 경계령이 내려졌다.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을 털고 나가는 '큰손'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서울식품이 대표적이다.


개인투자자 경규철씨는 지난 2월부터 2개월여간 경영 참여를 내걸고 서울식품 지분 37%(특수관계인 포함) 가량을 확보,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씨는 그러나 보유 주식을 여러차례에 걸쳐 매각,3일 현재 지분율은 14%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최대주주 자리도 현 경영진에게 이미 내줬고 이에 따라 증권가에선 'M&A는 물건너갔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한제지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 박주석씨는 지난 1월 경영 참여를 위해 남한제지 주식을 7% 가까이 사모았지만 지금까지 세번이나 샀다 팔았다를 반복,진의가 뭔지에 대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코스닥기업인 아이즈비전도 비슷한 사례다.


작년말 '장기경영' 의사를 밝히며 27%의 지분을 사모았던 한 장외업체가 최근 '투자 회수'를 하겠다며 절반 가량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자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는 것.


이들 개인투자자 등은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덕분에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식품 경씨는 보유지분 73만9천여주 가운데 41만5천여주를 처분,68억원의 이익을 냈고 남한제지 박씨도 32만2천여주 가운데 25만1천여주를 팔아 11억원을 벌었다.


그러나 M&A 가능성을 믿고 뒤늦게 주식 매입에 나섰던 개인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며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서울식품과 남한제지 모두 M&A 기대감이 꺾이면서 3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한 개인투자자는 "M&A가 될줄 알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대주주가 주식을 팔다니 허탈하고 황당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같은 "주가 급등후 주식처분"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산뒤 보유주식을 팔거나 경영참여 목적을 번복했다고해서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M&A를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린뒤 곧바로 처분해 이익을 챙기는 "머니 게임" 세력에 대해 투자자들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M&A 가능성만 믿고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조언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