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붕괴 전세계 확산 조짐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3년간 저금리 기조를 타고 급등세를 보여온 부동산 가격이 일시에 폭락,세계 경제는 공황에 맞먹는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3일자)는 "올해 호주를 시작으로 조만간 영국 미국 등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현상이 잇따라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 선제적 긴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금리 급등→부동산 시장 붕괴→자산가치 급락→소비·투자 위축→세계경기 악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발(發) 부동산 시장 붕괴=지난 7년간 1백13%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험한 호주의 부동산 시장은 올 들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가격하락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1분기 시드니 멜버른 등 대도시들은 부동산 값이 전년 대비 8∼13%나 떨어졌다. 주택임대 수익률이 은행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를 밑도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다. 부동산 경매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주 시드니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는 매물은 많은데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아 낙찰률이 30%를 간신히 넘겼다. 지난 1년간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0.5%포인트)밖에 올리지 않아 금리가 연 5.25%선을 유지하고 있고,실업률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는 안정돼 있으나 부동산 값이 급락해 정부 당국자들조차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은 다른 나라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1분기 미국 내 2백20개 도시 중 39개 도시의 부동산 값이 하락했다. 이 기간 중 미국 전체 주택가격은 전년보다 1% 오르는 데 그쳐 6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4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는 12%나 감소,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테러·고유가로 붕괴속도 빨라질 수도=이코노미스트지는 "소득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얘기"라며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는 10∼30%가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물가와 금리가 갑작스럽게 상승하면 원리금 부담이 급증,가계가 파탄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테러위협과 고유가,중국 정부의 투자억제 정책 등 다양한 외생변수가 잇따라 등장,거품붕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애널리스트는 "테러사건과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등 악재가 겹칠 경우 부동산을 비롯해 국제 금융시장이 공황적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