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비전 ‥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탐험에 나서기 전 이사벨라 여왕을 만났다. 탐험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사벨라 여왕에게 탐험에 성공하고 돌아오는 배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보여줬는데, 그 그림속 배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실려 있었다. 백마디 말보다 설득력 있는 한 장의 그림이었다.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안경과 거울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거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백미러, 경쟁사를 볼 수 있는 사이드미러, 급변하는 현재를 신속하게 볼 수 있는 쌍안경, 기업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돋보기,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게 해주는 망원경이다. 좋은 기업일수록 '망원경'이 뚜렷하다. 콜럼버스의 그림처럼 마음을 뒤흔들 만큼 설레며, 손에 바로 잡힐 것 같은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 '망원경' 말이다. 따라서 비전에는 반드시 '방향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업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전은 현재를 토대로 한 미래며,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미래를 담고 있는 현재이기도 하다. 이 말은 실행력이 없는 비전은 '비극(悲劇)'과 다를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20세기 경영 철학의 대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경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기업의 전략이나 비전은 '사전(死展)'과 같다는 말로도 풀이 될 수 있다. 오늘 다 쓰러져가는 초가삼간에 살지라도 '내일'을 그리며 공부하는 자식이 있다면 그 집은 더 이상 단순한 초가삼간이 아니다. 기업의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하나로통신도 작년 '제2창업'을 선언하고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는 비전과 이에 따르는 9대 실천전략을 선언했다. 나는 올 초부터 '변화 실천 교육'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에게 우리의 비전과 전략을 알리고 설득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업의 미래는 비전에서 시작된다. 또 위기의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이 '비전'이다. 리더는 실행력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직원들은 3초 내에 조직의 비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한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삭풍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