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증자꾼' 단속강화 배경] 3者배정 증자 불법ㆍ편법에 '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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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배정 증자에 불법행위가 판치고 있다.
올해초 '유령주식' 파문을 일으켰던 동아정기 등이 대표적 예다.
유상증자 시장의 85%(금액기준)가 3자배정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발행시장 자체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 유가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불법ㆍ편법 판치는 3자배정
정상적인 3자배정 증자는 '증자대금 납입(투자자)→주금납입ㆍ보관증명서 발급(은행)→관련 서류 등기(법원)→증시 상장ㆍ등록(증권시장)'의 순서를 거친다.
하지만 허술한 규제를 악용, 각종 불법ㆍ편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유령주식'을 발행한 동아정기 대호 중앙제지 모디아 등이 단적인 예다.
이들 기업은 증자대금 납입 없이(허위납입) 주금납입ㆍ보관증명서만 위조해 주식을 유통시키는 수법을 썼다.
특히 동아정기는 '유령주식' 발행을 쉽게 하기 위해 사채업자, 발행회사 대주주, 증권사 직원 등이 짜고 주가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납입도 3자배정 증자가 주무대다.
가장납입은 일단 증자대금이 납입된다는 점에서 허위납입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주금납입ㆍ보관증명서가 발급되자마자 즉시 증자대금이 빠져 나간다는 점에서 허위납입과 '오십보 백보'다.
가장납입은 지난 2002년 11월 명동 사채업자 반모씨가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반씨는 레이디 지피에스 유니시엔티 등 상장ㆍ등록기업의 3자배정 증자 때 대주주에게 증자대금을 빌려준 뒤 하루나 이틀만에 되돌려받으면서 1억원당 하루 30만∼5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전주(錢主)'인 사채업자가 증자대금을 곧바로 빼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발행회사로부터 나중에 수익보전을 약속받거나 거짓정보를 흘려 주가를 띄움으로써 투자금액 이상을 뽑아가는 게 대부분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자배정 악용수법은 결국 발행회사는 물론 시장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기 때문에 단속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블랙리스트엔 누가 포함되나
불법ㆍ편법 3자배정의 경우 사채업자 등이 '전주'나 투자자로 끼어들고 있다는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가증권신고서를 심사하다 보면 동일인이 여러 회사의 3자배정 증자에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이들의 경우 대부분 사채업자이거나 사채업자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유가증권신고서 심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기업인 A사와 B사의 제3자배정 증자 대상자 명단을 보면 박모씨 유모씨 이모씨 등이 동시에 나와 있다.
금감원은 또 과거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거나 허위ㆍ가장납입 경력이 있는 사람, 페이퍼컴퍼니 등도 요주의 대상으로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3자배정 증자의 경우 발행회사의 대주주-사채업자-증권사 직원 등이 '검은 커넥션'으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배정 대상자를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가 동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