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블러디 선데이' .. 北아일랜드 '잔혹사'

1972년 1월31일 아일랜드 데리시에서 인권운동가의 석방을 요구하던 시위대가 영국 정부군의 무차별 총격을 받았다. 학살 현장에는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 13명,부상자 14명이 남겨졌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드라마 '블러디 선데이'는 이 시간을 실감나게 재현해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알제리 전투'(1966년)에 비견될 만큼 뛰어난 사실주의 영화로 평가된다. '알제리 전투'가 권력에 대항하는 민중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 영화는 시위대와 영국군에게 균등한 시선을 보낸다. 카메라는 대로의 군중과 골목길의 영국군 속에 뛰어들어 돌을 던지는 시위대와 발포하는 군인들을 나란히 잡아냈다. 군중 심리로 점차 과격해지는 시위대와 살기가 고조되는 군인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이 영화에서 군인들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할 때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군인들은 기계적 관료체제의 통제 아래 자의식을 상실한 채 도덕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핸드헬드(들고 찍기) 방식으로 찍힌 모든 장면들은 뉴스를 보는 듯 현장감이 넘친다. 역설적으로 감독은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와 정반대 방식으로 연출했다. 이 영화에는 생존자 인터뷰나 당시의 기록물 등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카메라 앞의 주연과 조연,배후의 단역과 엑스트라들도 시위 현장의 한 요소일 뿐이다. 배우들이 단독으로 클로즈업된 장면은 거의 없고 대부분 두 사람 이상이 등장한다. 시위 군중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며 시위 상황을 받쳐주는 소도구라는 감독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실감나는 연출로 인해 관객들은 그날 데리시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1980년 5월18일 광주항쟁을 기억하고 있는 국내 팬들에게는 한층 호소력 있게 다가올 것 같다. 18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