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등상품 .. 민계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민계식 나는 혼자 사무실에 있는 밤 시간을 좋아한다. 비서가 만들어 놓고 간 토스트 한 쪽과 우유 한 잔으로 저녁을 가볍게 마무리하고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사업 구상 등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이 되곤 한다. 요새 이 시간에 내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세계 일류상품 개발과 확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러 경제연구소나 경제단체 등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문제점을 요약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일등상품의 부족'이다. 현대중공업에는 산업자원부에서 지정한 세계 일류상품이 다섯개가 있다. 살물선,유조선,컨테이너 운반선과 같은 일반 상선과 LNG 운반선,대형 디젤엔진,굴착기,크랭크샤프트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만으로 세계 일류 중공업회사로 발돋움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올 상반기 2개를 추가하고 2006년까지 12가지,2010년까지 20가지로 세계 일류상품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체로는 모두 3백84가지의 세계 일류상품이 지정돼 있지만,적어도 1천가지는 돼야 지금과 같은 국제경쟁력 및 경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등상품은 우연히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결집해야 가능하다. 물론 산업계가 앞장서서 노력해야겠지만 정부와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선진국처럼 산업계 및 정부와 사회,교육계가 역할을 분담해 총체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산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핵심 역량을 확충하고 혁신을 거듭함으로써 세계 일류 브랜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지식·금융 인프라의 고도화,규제 정비,산업 활동을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국가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 체제를 개혁하고 기초기반기술 연구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같이 산업계와 정부,사회,교육계가 각각의 역할 분담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서로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지면 세계 일등상품은 계속 탄생할 것이며,우리 경제도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하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