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BIZ] 구자열 LG전선 부회장 "보수적인 기업문화 확 바꿀것"

"변화를 두려워 말라. 지금 같은 조직문화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실패해도 좋으니 자신있게 일하자."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G전선 임직원들은 '과감한 변신'을 요구하는 구자열 부회장의 요구에 얼이 빠져 있다. "공무원 조직과 같은 LG전선의 보수적인 기업문화로는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 부회장의 지적에서 LG전선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구 부회장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변화·도전·혁신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전선시장이라는 곳은 워낙 '나눠먹기'식으로 분할돼 있었지요. 구태여 전략을 세우거나 마케팅 활동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구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과단성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든지 투자비를 들여도 좋다며 연구개발(R&D)을 강조했지만 대부분 임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보다는 관련다각화가 중요하지요. LG전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3배 이상 늘리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습니다." 구 부회장은 "전자 부품소재 부문과 전력·통신 부문에서 신사업 분야를 발굴한 뒤 이를 전략업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현재 일본 노무라증권 산하 리서치센터로부터 'R&D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선사업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LG전선의 미래는 전자 부품사업 분야와 전력·통신 분야에서 발굴해 낼 신사업에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을 받는 이유에 대해 "LG전선이 보유한 고분자 기술과 금속 기술 등을 이용해 어떤 사업을 시작하면 돈이 될 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올초 기자회견에서 △LCD용 부품인 FCCL(연성회로기판) 및 2차 전지용 소재 사업 △컴퓨터 관련 핵심 모듈 사업 △FTTH(광통신망 사업) 등을 앞으로 추진할 신사업 분야로 꼽았지만,컨설팅 결과에 따라 색다른 분야로의 진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공략하기 위해 중국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5천만달러를 들여 중국에 기기선 부스닥트 고무선 등 특수전선 생산공장을 설립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공장은 LG산전 공장과 함께 중국 장쑤성 우시시에 조성한 10만평 규모의 '우시 생산단지'에 오는 2007년께 들어선다. 그는 "LG전선의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내 공장을 폐쇄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은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으며,특히 제조업은 더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반기업 정서가 지속될 경우 조만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하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며 "한국이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국내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구 부회장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반 그룹사와 달리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강조하는 LG전선그룹의 '느슨한 형태'에 대해 "장점이 많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해진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사장단 회의를 열어 그룹 차원의 문제를 수시로 조율하기 때문에 투자 결정 등 경영판단도 어느 그룹 못지않게 신속하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