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햄ㆍ우유 신준호 부회장 대선주조 인수] "진로인수 포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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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소주시장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부산지역 소주회사인 대선주조가 8일 오전 지분 50.79%를 신준호 롯데햄우유 대표이사 부회장 개인에게 팔았다고 발표한 즉시 나온 롯데그룹의 공식입장이다.
신격호 그룹회장의 막내 동생인 신준호 부회장 개인차원의 지분인수일 뿐 그룹과 연관짓지 말아달라는 게 롯데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룹차원에서 인수했다면 굳이 숨길 일이 아닌 만큼 신 부회장 개인의 투자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소주시장의 반응은 롯데그룹의 희망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신 부회장 개인이 샀다는 것은 모양새일 뿐 결과적으로 그룹 계열사가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지역 소주회사들의 지적이다.
살 때는 개인투자 형태로 사지만 나중에 계열사로 편입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의 인수소식이 알려지자 부산 대구 경남지역 소주회사에 롯데 경계령이 내려졌다.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업계 4위(시장점유율 8.5%)인 대선주조를 인수했다는 것은 지역 소주회사들에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2위인 대구지역 금복주를 비롯 대선주조와 시장이 같은 3위 무학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대선주조에 대한 M&A를 추진했고 현재 각종 소송을 벌이고 있는 무학은 '거인'에게 되치기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신 부회장이 대선주조를 인수한 것은 진로를 사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보는 업계 관계자도 적지 않다.
두산 하이트맥주 등 주류사업 기반이 있는 기업과 진로 인수전을 벌일 경우 경력에서 밀릴 가능성에 대비했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또 신 부회장이 대선주조를 실제로 인수하지 않고 주식을 위탁받았을 뿐이라는 '주식 위탁설(백기사설)'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주조가 부도와 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무학의 M&A공격과 가압류신청 등으로 경영권이 불명확하게 되자 사돈관계인 신 부회장에게 매각형식을 빌려 위탁했다는 설이다.
지방 소주회사의 한 관계자는 "매각대금을 밝히지 않은 점이 의아스럽다"면서 "신 부회장 개인이 소주사업을 하는 것도 롯데그룹 차원이 아니라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소주회사 관계자는 "대선주조 내부자 중 한 사람이 이번 매각은 위탁이라고 제보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 부회장의 한 측근은 "인수한 것이 사실"이라며 위탁설을 부인했다.
아무튼 롯데그룹은 2001년에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을 통해 알코올 도수 22도짜리 '한송이' 소주 시제품을 내놓은 전력이 있는 데다 '진로' 인수 추진설까지 겹쳐 있어 소주시장 진출을 무조건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