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오히려 호재
입력
수정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불황이 오히려 기업실적에 호재로 작용하는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처리 및 재생골재 제조 업체인 인선이엔티,사이버학습 업체인 이루넷,비디오 DVD를 제조 유통하는 스펙트럼DV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경기침체로 잔뜩 움츠러든 기업이나 가계 등이 '저가'를 잣대로 의사를 결정할 경우 혜택을 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용평가 업체들도 채권추심이나 신용조사 등의 용역증가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다.
◆내수 침체가 오히려 호재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서비스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부동산업 학원업 등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도·소매업종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경기가 이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면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소비패턴을 절약형으로 바꾸게 마련이다.
각 가정에선 돈을 덜들이고 여가생활을 하는 방안을 찾거나 비싼 자녀교육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각종 채권에 대한 연체율이 높아지고 채무도 늘어난다.
기업들은 원자재 값을 낮춰 경기 불황에 대응하려고 저비용 자재를 찾는다.
불경기에는 소비 효율성을 높이려는 '실속 소비파'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실속파들이 찾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력인 업체들은 매출도 꾸준하게 늘어난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저렴한 대체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코스닥시장의 횡보장세를 감안할 때 불황에 덕보는 업체들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적호전 기대되는 관련업체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인선이엔티는 2분기 매출이 1분기에 비해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뛰고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폐콘크리트를 분해해서 만드는 값싼 재활용 자갈 모래 등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선이엔티 전종윤 이사는 "최근 레미콘 업체와 건설업체들이 재활용 자갈 모래를 많이 주문하고 있다"며 "2분기 외형은 1분기에 비해 20% 가량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신용평가회사인 한신평정보는 경기 침체로 연체 채무가 늘면서 일감이 늘고 있다.
회사측은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이동통신 요금과 관련된 채권 연체가 늘고 있어 추심업무도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경기침체로 인한 신용불량자 증가세를 감안할 때 개인신용정보 제공 사업인 크레딧뷰로(CB)가 본격화되면 실적도 대폭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슷한 업체로 서울신용평가정보 고려신용정보 등이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불황을 적극 활용하는 업체들이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고액의 개인과외보다 저렴한 학원이나 인터넷교육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루넷 김은진 차장은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교육주는 경기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며 "경기침체에도 실적은 그리 나쁜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기엔 여행이나 영화관람보다는 비디오나 DVD대여 등 덜 비싼 여가활용수단이 많이 이용된다는 점에서 스펙트럼DVD 스타맥스 등의 수혜도 점쳐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