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다가구 사들여 서민임대 ‥ 서울시 추진 이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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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서울 등 대도시에 남아도는 민간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서민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 정책은 서울시가 지난 2002년부터 2년간 추진하다 실패를 인정하고 포기한 정책이어서 '시장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건교부는 오는 2008년까지 서울 등지의 민간 다가구주택 1만가구를 사들여 한 달에 1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입주할 수 있는 도시 저소득층용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오는 9월 서울 영등포ㆍ관악ㆍ노원구 등에서 5백가구 안팎의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다가구 임대주택에는 2명 이상의 저소득 가구와 함께 독거노인, 장애인 등 생활이 곤란한 단신가구도 입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분양면적 15평 기준으로 보증금 2백50만∼3백50만원에 월임대료는 8만∼9만원 선이다.
따라서 가구별 실질 부담액은 영구임대주택과 비슷한 월 10만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서울시가 지난달에 실패를 자인하고 포기한 정책이어서 정책효과가 극히 의문시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시의 경우 고건 전 시장 재임 중인 지난 2002년 6월과 2003년 2월 두차례에 걸쳐 모두 8백억원을 투입, 다가구주택 1백75동(1천2백51가구)을 사들인 다음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임대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웬만한 저소득층마저 다가구 입주를 꺼렸고, 극빈자층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다.
실제 다가구 임대주택의 50% 가량이 비어 있는 상태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시의회에서 "당초 취지가 전혀 살려지지 않고 있어 빠른 시일 안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실패를 인정했다.
한국도시연구소 남원석 연구원은 "서울시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전용 15평형의 경우 보증금 1천2백만원에 월 10만원 내외) △노후 주택의 매입 △관리ㆍ감독 소홀 △저소득층의 아파트 선호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황식ㆍ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