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중소형 알짜주 사냥

코스닥시장이 사흘째 하락한 10일 에이스디지텍과 빛과전자 주가는 각각 3.4%,3.5% 가량 올랐다. 모멘텀과 매수주체 없이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것은 '피델리티 효과'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미국 피델리티는 전날 정규장이 끝난 뒤 두 회사에 대한 지분 취득 사실을 공시했다. 피델리티와 같은 외국계 펀드가 코스닥의 '알짜주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알짜 중소형주가 타깃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인쇄회로기판(PCB) 디지털영상보안장비(DVR)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실적과 성장성이 뛰어난 업체가 외국계 펀드의 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 도이체방크 계열의 투자자문사인 '도이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이날 심텍 주식 40만주(1.47%)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이 12.50%로 늘어났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심텍은 반도체·통신용 PCB 제조업체로 관련 산업 호조로 최근 3년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피델리티도 최근 에이스디지텍(6.36%)과 빛과전자(5.32%) 지분을 사들였다. LCD용 편광필름을 만드는 에이스디지텍은 7월부터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업체다. 지난 2월 코스닥에 등록된 빛과전자는 광 송수신 모듈 생산업체로 최근 상반기 매출목표를 2백10억원에서 2백49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아리사이그 코리아 펀드'(Arisaig Korea Fund)도 비메모리반도체(ASIC) 설계업체인 상화마이크로의 지분 5.21%를 취득했다. 이 펀드는 학원 프랜차이즈업체인 이루넷과 초정밀 커넥터 생산업체인 우주일렉트로닉스의 지분도 5% 이상 매입했다. 백산OPC(프루덴셜 어슈어런스 컴퍼니),아이디스(제네시스 스몰러 컴퍼니스펀드),인터플렉스(스몰캡월드펀드),토필드(아틀란티스 코리안 스몰러 컴퍼니스펀드) 등도 외국인의 관심 종목이다. 캐피털(NHN)과 템플턴(하츠) 등 유명 펀드도 코스닥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펀드 성향 파악한 뒤 투자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장기 투자펀드의 지분 매입은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펀드는 뛰어난 정보력과 치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의 매매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틀란티스 코리안 스몰러 컴퍼니스펀드'가 얼마 전 이루넷과 우리조명의 지분 6% 가량을 처분했고 OCM이머징마켓펀드와 GMO이머징마켓펀드도 인터플렉스와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일부를 내다 팔았다. '아리사이그 코리아 펀드'도 헤지펀드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나 케이먼 군도를 비롯한 조세 회피 지역에 근거를 둔 헤지펀드들이 코스닥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다"면서 "외국인 매수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