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價 담합' 첫 과징금 부과] 분양價 인하 압력 커질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분양가와 관련해 처음으로 담합 행위를 인정함에 따라 향후 아파트 분양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당장 동백ㆍ죽전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담합행위를 부인하는 업체들의 행정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공정위가 업체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으로 판정해 앞으로 시민단체들의 분양가 인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주택시장 전체를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공정위, '명백한 담합이다' 지난해 서울지역 동시분양(9차)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평당 9백90만원으로 분양가 자율화 조치 당시인 지난 98년(5백43만원)보다 80% 이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실시한 동백지구 동시분양은 평균 평당 7백만원선에서 이뤄졌다. 이는 동시분양 직전에 분양한 같은 지역 W아파트의 평균 분양가(34평형 기준ㆍ5백85만원)보다 19.6% 높은 가격이다. 시세(6백73만원)에 비해서도 4% 높은 분양가다. 죽전지구도 마찬가지였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동시분양가는 분양가구 대부분이 평당 6백50만원을 넘었다. 이는 인근 지역 K아파트의 분양가 평당 5백50만원(50평형 기준)보다 18.1%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인근 지역 시세와 분양가를 감안할 때 상당한 초과 수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어떻게 담합했나 동백ㆍ죽전지구 분양가 담합의 고리는 건설회사간 협의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동백지구에서는 10개 동시분양 업체가 지난 2002년 7월 '용인(시) 동백지구 협의체'를 구성, 41차례에 걸쳐 회의를 하고 각기 다른 분양가격과 조건 등을 수렴해 갔다는 것. 공정위가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회의록과 메모,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들의 분양 예정가격은 당초 평당 6백15만∼8백만원으로 편차가 심했으나 회의를 거치면서 7백만원으로 모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죽전지구에서도 '죽전지구 협의체'가 결성돼 당초 평당 5백50만∼6백만원선에서 거론하던 분양가가 최소 6백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들은 담합과정에서 "협의 사실이 언론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등 보안에도 신경쓴 것으로 확인됐다. ◆ 분양가 인하 압력 커질 듯 주택 건설업체들의 담합이 가능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동시분양' 추진과정에서 업체별로 가격정보를 주고 받는 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업체들은 분양가 인하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폭리 부분을 공개적으로 인정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격해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이 '아파트 분양가도 담합 행위 조사의 대상이 된다'는 선례를 남김에 따라 향후 분양에 나서는 업체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할 경우 공정위의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종전처럼 '엿장수 마음대로' 식의 분양가 책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토연구원의 김근용 박사는 "아파트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의 담합이 확인됨에 따라 주택업체들이 분양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이는 곧바로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황식ㆍ박수진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