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분양원가 공개 '소모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일 "(주공아파트) 원가공개는 (적어도 사업자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주택공사는 물론 주택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업계는 1년여를 끌어 온 논란이 이번 발언으로 끝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 등에 불려다녔던 학계와 업계,연구원 관계자들도 홀가분해하는 모습들이다. 그러면서도 모두가 한편으로는 허탈해하는 것은 왜일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의 한마디로 원가공개는 사실상 백지화된 것 아니냐"며 "그동안 자료를 만들고 논리를 개발하느라 지새운 숱한 밤들이 마치 "헛고생"이 된듯한 기분"이라며 허탈해 했다. 업계 관계자도 "토론회 등에서 찬.반 양론으로 갈려 격하게 논쟁을 펼쳤던 일들이 한순간에 부질없는 일이 된 듯해 일종의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본격적인 "입법화 논란"으로 치닫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월12일 건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때부터다. 건교부는 당시 "주공아파트 원가(건축비) 공개 여부는 시민단체.업계.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 논의와 공청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회의 직후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원가공개 문제는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고,상대방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견이 크면 (국정과제토론회 의제로 삼아) 직접 개입해 검토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 넉 달동안 토론과 공방,공청회 등이 이어졌다. 이달 말 정부안 확정을 앞두고 노 대통령의 직접 개입도 이뤄졌다. 하지만 많은 당사자들은 개운치 않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의 개입이 뒤늦은 감이 있다는 아쉬움이다. 행정력의 낭비와 소모적인 논쟁 등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해보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느낌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