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혁신] 투명한 경영…이미지 'UP'

공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혁신은 이미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고 최근엔 '윤리경영'이라는 목표도 추가됐다.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으로 그동안 자리잡고 있던 기업의 터도 옮겨야 할 판이다. 경기침체로 고용환경이 악화되면서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방만과 비효율에 안주하기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너무 큰 셈이다. 이처럼 급변한 경영환경은 공기업의 자발적인 혁신을 이끌어냈다. '변해야 산다'는 자각이 공기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노력의 결과물들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민간기업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 촘촘해진 경영감시망 최근 들어 공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눈이 크게 늘어났고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우선 공기업들은 매년 '정부투자관리 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실시하는 경영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예산과 인사상의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에 조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기획예산처는 오는 20일까지 정부투자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뒤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덩치가 큰 공기업 뿐만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정부산하기관도 평가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4월1일부터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올해 지정된 88개 정부산하 기관들은 2004년 경영실적부터 철저한 검증을 받게 된다. 감사원은 공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하지 못하도록 감사원 내부조직으로 '공기업 경영평가센터'를 조만간 발족시킬 방침이다. ◆ 이젠 실력으로 승부한다 공기업들은 이같은 경영환경 변화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투명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영이 투명해야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고 이는 '고객 충성도 향상→생산성 및 품질 향상→매출 증가→우수인력 유입' 등의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판단에서다. 공기업들이 최근 들어 '윤리경영'을 앞다퉈 선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달 초엔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와 '공기업 윤리확립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한국전력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14개 기관은 이달부터 다음달 초까지 부방위와 △기업윤리강령 제ㆍ개정 △감사 선임절차 및 권한 개선 △준법감시인제도 도입 △내부신고자 보호보상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협약서를 차례로 체결할 계획이다. 부방위와 가장 먼저 윤리경영협약을 맺은 한준호 한전 사장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수준 높은 기업윤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협약 체결을 계기로 사내에 윤리경영을 보다 체계적으로 뿌리내리겠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화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조사한 'e비즈니스 시스템 현황'에 따르면 1백여개 조사대상 공기업 가운데 71.2%가 하나 이상의 정보화 시스템을 도입·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민간기업(37.0%)보다 정보화 시스템 도입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객만족을 위한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대한주택공사의 '담터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김진 주택공사 사장은 올들어 "서민들에게 문턱을 낮춘 기업이 되겠다"는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의식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 경제회생, 공기업이 책임진다 최근 들어 공기업에는 한 가지 역할이 더 추가됐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 예산처는 최근 정부산하 투자기관과 출자기관의 정원을 올해 안에 1천3백명가량 늘리기로 했다. 현재 증원을 협의 중인 공기업은 한국조폐공사 한국전력 KOTRA 등 15개다. 지방대 출신과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공기업 취업문도 넓어진다. 공기업들은 예산처와의 협의를 통해 '지역인 재추천제', '여성채용 목표제' 등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한전 도로공사 등 1백50여개 공공기관과 정부 산하기관은 사내 연수원 등 시설물을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