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혁신] 공기업 공모인사로 낙하산 관행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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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투자기관(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군출신의 배제'와 '균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13개 정부투자기관 가운데 현 정부에서 새로 임명한 기관장은 한준호 한국전력 사장, 김지엽 석탄공사 사장, 김진 주택공사 사장, 손학래 도로공사 사장, 안종운 농업기반공사 사장, 류건 관광공사 사장, 오영교 KOTRA 사장 등 7명이다.
이 가운데 군 출신은 한명도 없다.
이는 공개모집의 결과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가장 큰 성과는 낙하산 중심에서 공모 중심으로 바꿔 놓은 것"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공모를 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군 출신 인사들이 후보에 올라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적재적소'라는 또 하나의 원칙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균형의 원칙'에 대해 정 수석은 "영역 간 지역 간 성별 간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정부투자기관만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정부에서 새로 기용된 기관장들을 출신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3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 서울 울산광역시 경북이 각각 한명이다.
출신학교 분포도 비슷하다.
그동안 한국사회 주류인맥을 형성해 온 서울대 출신이 3명이었고 나머지는 각각 연세대 조선대 고려대와 미국 남가주대 등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기관장들의 경력을 보면 공무원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기업이 국가 정책에 의해 탄생했고 지금도 그 정책을 이행하는 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의 반증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들이 모두 차관급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직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은 기업 출신이 2명, 자체 승진이 1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공기업 사장이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공기업들의 풍토를 감안하면 '성별 간 균형' 원칙을 지키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공기업 인사는 전체적으로 적재적소와 투명성, 균형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재풀의 한계'를 완벽히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