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의 멧부리 방울뛰어 .. '울릉도 정들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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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산이다.
둘레 56.6㎞의 거대한 산이다.
짙푸른 청정의 동해에서 불쑥 솟아 오른 울릉도는 국내에서 7번째 큰 섬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울릉도는 어느 곳에 가든 산악의 자태와 특색을 지니고 있다.
청마 유치환 선생이 울릉도를 가리켜 '장백의 멧부리 방울 뛰어' 태어난 장백산의 후예로 칭한 것도 아마 이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울릉도에는 많은 등산로가 있다.
그중 울릉도 동쪽 끝 내수전 전망대로부터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4㎞가량의 벼랑길은 울릉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길은 내수전 전망대를 지나자 마자 녹색의 원시림 속으로 파고든다.
가파른 산허리에 외줄처럼 걸린 산길.울릉도 사람들조차 최근엔 가본 적이 없다는 코스다.
20여년 전만해도 저동과 북면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로였던 이곳은 이제 온통 이끼로 덮인 외딴 길로 변했다.
바람과 새,그리고 파도 소리가 화음처럼 어우러지는 산길은 거대한 식물원이다.
벽오동과 섬단풍나무 우산고로쇠나무 후박나무 섬댕강나무 솔송나무 등이 하늘을 가리며 솟아 있다.
언덕은 고사리 잎으로 덮여 있고 길은 낮게 깔린 산죽으로 장식돼 있다.
빽빽이 들어선 나무 아래론 깎아지른 벼랑이 나타나고 그 밑으론 다시 짙푸른 감청색 바닷물이 일렁인다.
향긋한 숲 내음은 코끝을 간지럽히며 폐부에 들어찼던 시름과 고뇌를 모두 끌어내 날려 버린다.
송글송글 배어 난 땀이 등줄기와 이마를 살짝 적시는 묘한 쾌감이 들 때쯤이면 두 시간 남짓한 트레킹은 어느새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다.
길이 끝나는 곳은 정들포.한번 이곳에 뿌리 내리면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떠날 수 없다는 정이 깃든 땅이다.
길에서 마주친 할머니.5년 동안 가꿔 온 더덕을 1백50만원에 밭떼기로 팔았다는 여든살 할머니의 얼굴에서 배어나오는 소녀 같은 순수함은 정들포의 깊은 정감을 한꺼번에 전해줬다.
울릉도=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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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울릉도에는 호박엿과 오징어 이외에도 특이한 먹거리가 많다.
각종 산나물과 향긋한 명이김치,부지깽이나물 등은 울릉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이한 맛이다.
도동항 인근 99식당(054-791-2287)의 약소 해장국이나 나리분지내 나리촌 닭백숙집(054-791-6082)에서 더덕 파전을 안주 삼아 마시는 씨앗 동동주 또한 별미다.
숙소=그동안 깔끔한 숙박시설이 부족했던 울릉도에는 지난 5월28일 대아호텔(02-518-5000)이 문을 열었다.
방갈로형의 객실에선 동해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7월20일까지 한실 7만원,양실 8만원에 할인 판매한다.
가는 길=울릉도행 여객선은 묵호항과 포항에서 출발한다.
묵호에서 울릉도까지는 한겨레호로 2시간30분 정도가 걸리며 요금은 왕복 8만5천원.포항에서 출발하는 썬플라워호는 왕복요금 10만1천원으로 3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비타민여행사(02-736-9111)는 울릉도와 독도를 둘러보는 1박3일짜리 철도상품을 내놓았다.
25일 출발하며 어른 기준 19만9천~20만7천원.또 울릉닷컴(1544-7644)에서는 매일 출발하는 2박3일 패키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