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감의 기술 ‥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

윤창번 미국 역사에서 기념비적 텍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모두 2백66단어로 구성된 짧은 문장에 불과하다. 2분에 걸쳐 진행된 연설이 그토록 유명한 이유는 그 짧은 길이 때문이 아니라 몇 마디 말 속에 자유의 가치,남북전쟁의 의미 등이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링컨과 함께 게티스버그의 국립묘지 봉헌식에 참석해 두 시간 동안 연설했던 당대의 최고 웅변가 에드워드 에버릿은 이런 탄식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는 2시간 동안이고 링컨은 단 2분간 연설했다. 그러나 나의 2시간이 링컨의 2분처럼 국립묘지 봉헌식의 의미를 잘 포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버드식 대화법은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론할 때와 포기할 때를 알아야 하며,'제3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라는 것. N극과 S극으로 이뤄진 자석 두 개를 서로 붙게 하려면 N극과 N극을 마주 놓아서는 안 된다. 서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원리도 자석과 같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 중 하나는 상대방이 나와 같이 공감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오히려 그 목적을 쉽게 이룰 수 있다. 관리자와 리더는 엄연히 다르다. 관리자는 '지시'하고 '지적'할지 몰라도 리더는 '공감'하고 '제시'한다. 관리자는 '내가'라고 말하지만 리더는 '우리'라고 말한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끌어당기기'라는 말이다. 몇 해 전 잭 웰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강연장에서 패널로 참석한 교수가 "한국의 대기업에서 귀하를 최고경영자로 초빙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잭 웰치는 "제일 먼저 한국어를 배우겠다. 그리고 종업원들에게 회사 발전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테크닉이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며 이는 서로 공감하겠다는 뜻과 같다. 링컨의 2분이 에버릿의 2시간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공감'의 텍스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 누군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나의 N극과 상대방의 S극을 마주보게 하자.그것이 바로 '공감'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