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내수株 급조정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은행주와 내수업종 대표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하반기 내수회복 전망속에 상승세로 전환했던 이들의 주가는 최근 며칠동안 급조정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도 대규모 매도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연내 내수경기 회복이 물건너갔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우리금융 등 은행 대표주들은 최근 각종 소비경기관련 지표들이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통계청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발표(9일) 이후 주가가 사흘간 12% 급락했다.


지난 11일 종가(3만3천9백원)는 최근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도 같은 기간중 11.9%,6.7%씩 조정받았다.
외국인들은 은행주에 대해 이달들어 11일까지 1천97억원을 순매도해 월간 기준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순매도로 전환했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내수업종 대표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세계는 내수불황에도 실적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에 힘입어 꿋꿋한 주가흐름을 유지해오다 최근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태평양 등도 반등세가 다시 꺾인 분위기다.


◆부정적으로 바뀌는 외국인 시각


은행주 및 내수업종 대표주의 급조정은 내수회복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CSFB증권은 이날 한국전략 보고서에서 "당초 내수가 하반기에 회복국면으로 진입해 실적 모멘텀이 수출주에서 내수주로 이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불확실한 외부 변수로 인한 개인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 위축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 증권사는 내수업종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소비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데도 부동산 가격규제 등 중상위 소득계층의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정부정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 불확실성의 최대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전망은 엇갈려


전문가들은 이달초까지만 해도 하반기 내수회복을 겨냥,"이젠 내수주에 주목할 때"라며 은행 및 내수업종 대표주들에 대한 매수추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지표들이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시황관을 다시 수정하고 있다.


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소비환경에 비해 소매·유통업종 대표주들의 주가는 최근 시장평균보다 초과 상승해 오히려 밸류에이션상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만 해도 5월 중순 이후 시장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로 반등하면서 해당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재성 삼성증권 금융팀장은 은행주 전망에 대해 "악화되는 경기상황을 반영,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주가에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영익 대신증권 투자전략실장은 "최근 저축률 증가추이 등을 보면 IMF 이후 진행돼온 과다 소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며 "5월 하락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은행주와 내수업종 대표주들의 현재 주가는 역사적으로도 저평가돼있는 상태"라며 "상승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