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만두

만두가 지금은 서민음식으로 대중화됐지만 예전엔 궁중연회나 대가집 큰 잔치에 차려지곤 했다. 우리나라에서 만두란 단어가 처음 나오는 문헌은 '영접도감의궤'(1643)인데 중국에서 온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음식이 만두였다고 한다. '이순록'에는 "인조대왕이 만두를 좋아해 생신날 왕자와 왕비가 직접 만두를 만들어 새벽에 문안을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만두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고려시대에는 '상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상화는 밀가루에 술을 섞어 부풀어 오른 반죽에 채소와 팥을 넣어 찐 음식으로 중국의 만두를 지칭했다고 한다. "주방에 들어가 상화를 훔쳐 먹은 자를 처벌했다"는 내용이 '고려사'에 언급된 것을 보면 만두맛이 매우 유별나고 누구나 범접할 수 없는 음식이었던 것 같다. 만두가 일반화 된 시기는 70여년전이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밀가루 대신 민어나 숭어를 넓적하게 저며 그 속에 야채 등의 소를 넣은 '어만두'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꿩만두를 으뜸으로 여겼고,평안도에서는 둥글게 만든 소에 여러 차례 밀가루를 덧씌워 장국에 끓여낸 '굴림만두'가 유행이었다. 만두는 점차 일반음식으로 자리매김되면서 만두피와 소,그리고 크기에 따라 수십가지의 이름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만두(饅頭)는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삼국지에 등장하는 만두를 그 기원으로 치는 게 일반적이다. 제갈량이 남만을 정벌하러 갈 때 노수라는 강에 폭풍우가 일어 그 강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했다. 49명의 사람과 검은 소,흰 양의 목을 베어 제물로 바쳐야 했는데 꾀가 많은 제갈량은 밀가루 반죽을 빚고 소와 양의 고기로 속을 채운 뒤 사람머리처럼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만두의 '만(饅)'자는 기만하다는 뜻도 있다는데 결국 만두는 기만하기 위해 만들어진 머리였던 셈이다. 요즘 '쓰레기 만두'로 전국이 벌집 쑤신 듯 들썩거리고 있다. 먹을 수 없는 단무지를 넣어 속여 판 업자들의 상술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두의 어원을 생각해 보면 더욱 씁쓸한 기분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