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델하우스 없애야 한다 ‥ 박성래 <동익건설 사장>

정부와 정치권,주택업계,시민단체 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쟁이 뜨겁다. 지난 30여년간 주택사업에 종사해 온 필자로서는 원가공개 논란이 감정적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택업계의 폭리구조를 개선해 적정가격에 주택공급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대의명분에 필자도 적극 공감한다. 그러나 원가공개로는 목적 달성이 어렵다.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주택공급 체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이보다는 현행 주택공급 시스템을 개선해 가격책정의 모순을 해결하고 품질향상을 유도하는 게 순리라고 본다. 원가공개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실현 자체부터가 회의적이다. 분양원가는 분양시점과 땅값,금리,시공기술에 따라 산정방식이 제각각이다. 때문에 분양원가가 공개돼도 수요자들의 불신이 높아 분쟁이 잇따를 것이다. 이는 결국 분양지연으로 이어져 주택공급시장의 붕괴를 낳을 수도 있다. 이미 공급된 아파트 계약자들의 항의도 빗발칠 것이다. 주택시장의 불안정은 공급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 현행 주택관련 제도는 지난 98년 이후 평균 45일에 한 건씩 개정안이 쏟아졌다. 이 같은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부동산시장은 엄청난 혼란만 야기됐다. 분양가 자율화도 적절한 통제장치 없이 시행돼 집값 폭등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업계,수요자 모두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업계는 우선 주택시장 난조에 책임을 통감하고 기업윤리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주택건설업체는 6천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부는 면허를 이용,개발정보를 빼내 속칭 '알박기'를 하는 등 부정한 땅장사를 통해 공정한 주택공급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비정상적 행태부터 퇴출시켜야 한다. 주택공급 과정의 낭비요소도 과감히 줄여야 한다. 우선 10억∼20억원 이상 소요되는 모델하우스를 없애야 한다. 모델하우스는 2,3층 이상 골조를 올린 뒤 내부에 실제와 똑같은 견본주택으로 꾸미면 된다. 또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주택을 공급하는 우량업체에는 금융지원과 보증수수료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주택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같은 공급체계 개선과 부동산종합과세의 조속한 시행 등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원가공개보다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