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 누구입니까…" ‥ 태고종 새종정에 추대된 혜초스님
입력
수정
"내가 누구입니까. 지수화풍(地水火風)의 사대(四大)로 이뤄진 이 몸뚱이가 나입니까. 영(靈)이라고도 하고 정신이라고도 하는 것이 나입니까. 도대체 나는 누구입니까."
태고종의 새 종정으로 추대된 혜초(慧草·72) 스님은 16일 서울 사간동 불이성 법륜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질문을 던졌다.
법륜사는 금강산 유점사의 서울 포교당으로 개창된 곳.전임 종정인 대륜 스님과 덕암 스님의 법맥을 이어받은 혜초 스님은 일생의 대부분을 이곳에 머물며 수행과 교화에 힘써왔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화두를 들고 참선에 듭니다.
하지만 저의 화두는 '내가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내가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무슨 참선을 하겠습니까.
내 존재의 실상을 먼저 알아야 참선도 학문도 할 수 있지요."
경남 진양 태생인 혜초 종정은 지난 45년 진주 청곡사(靑谷寺)에서 청봉 화상을 은사로 출가해 이론과 실제,수행과 교화를 겸비한 수행자로 주목받는다.
비구승과 대처승의 분규 끝에 대처승을 허용하는 태고종을 창종하는 데 기여했고 포교원장 총무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자신은 비구승 신분을 유지해왔다.
혜초 종정은 "요즘 스님들은 참을성이 적고 고생하기를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중 노릇 하자면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더욱이 큰 절에서의 대중생활을 통해 이른바 '중물'도 들지 않은 스님들이 혼자 생활하거나 주지 노릇을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뭘 하든 생사를 걸고 해보려는 각오가 있어야 해요. 비상한 각오가 있어야 비상한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혜초 종정은 이런 각오로 최근 2∼3년간 어수선했던 종단을 수습할 작정이라고 했다.
너는 틀리고 나는 옳다는 생각 때문에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불교는 종파를 초월하는 통불교이며 대승보살 불교,곧 자비의 불교입니다. 따라서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고 이익을 주는 것이 이 시대에 불교가 할 일입니다. 옛날에는 산중 불교라 자기만 깨달으면 되었지만 지금은 자타일신성불(自他一身成佛)이라 대중 속에 뛰어들어야 해요."
혜초 종정은 당분간 태고총림이 있는 전남 승주 선암사에 머물면서 수행자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