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신행정수도 후보지·주변지역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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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20% 싸게라도 팔아달라고 야단입니다"(연기군 남면 행정수도공인 관계자). "발표당일 오후부터 땅 사달라는 매수문의가 늘고 있습니다"(오송리 황금부동산 관계자). 신행정수도 후보지 4곳이 발표된 다음날인 16일 대전에서 천안으로 1번국도를 따라 20분쯤 거리의 금강변에 위치한 연기군 남면 종촌.최종 입지 후보 1순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곳의 부동산시장은 한산했다.
발표 직후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가 "뚝" 끊긴 상태다.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도 상당수 문을 닫거나 떠나 20여개가 몰려있던 작년 겨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남면 면사무소 인근 행정수도공인 김대용 실장은 "검찰의 투기조사 이후 중개업소가 줄었다.
나머지도 타지역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싼 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후보지에서 탈락한 오송지구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싼 매물은 빠르게 소화되면서 가격이 강보합세를 띠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청원군 오송리 황금부동산 서정선 이사는 "문의가 늘고 있어 향후 완만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전·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후보지로 지목된 지역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반면 후보지에서 탈락한 오송리,강외면 등 인근 지역은 활기를 띠고 있다.
후보지와 인접지역은 올 연말까지 건축 및 개발행위 허가가 제한되고 최종 입지로 선정되는 곳은 토지수용은 물론 최장 12년간 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연기는 매물 증가 속 거래 '뚝'
연기군 남면 종촌리 일대 부동산엔 매물이 쌓이고 있다.
최종 입지로 유력해지면서 토지수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분하려는 급매물이 늘고 있어서다.
가격도 시세보다 20% 정도 싸게 나오고 있다.
오억근 남촌공인중개사 사장은 "발표 직전 2주 동안은 거래가 활발했으나 발표 직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단기 차익을 노리고 땅을 샀던 투자자가 발표 직전 서둘러 매물을 처분하면서 '반짝 거래'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남면 전답 1천평을 시세보다 20% 정도 싼 평당 25만원에 팔아달라고 애원하고 있으나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도로변 전답의 경우 평당 30만~35만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임야는 평당 7만~15만원선이다.
이미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를 받아온 천안·아산 일대 부동산시장은 거래 없이 호가만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산 성진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천안·아산지역의 경우 부동산 거래가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나 호가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오송과 음성·진천은 운명 뒤바뀌어
당초 예상과 달리 후보지에서 탈락한 오송리 일대 부동산시장은 벌써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밀집해있는 강외면 면사무소 인근에는 후보지 발표 직후인 지난 15일 오후부터 투자자들이 몰렸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오송리 황금부동산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소형 필지 급매물들이 속속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코리아 관계자는 "간간이 나오는 소형 필지 외에는 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반면 느닷없이 후보지에 오른 음성·진천은 가격 하락 전망 속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음성·진천의 경우 인근 아산신도시에서 보상을 받아 주민들이 이곳의 토지를 꾸준히 사들여 올들어 땅값이 2배가량 올랐다.
관리지역(기존 준농림지)의 땅값은 지난해 말 평당 15만원선에서 현재 25만~3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음성군 대소면 청남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대토용 땅이 팔리며 가격이 급등했으나 후보지로 발표되면서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진천군 덕산면 세림부동산 관계자는 "다음주께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일 예정이라는 점도 악재"라고 말했다.
◆'10km 밖 어디에요'
발빠른 투자자들은 후보지 인근 '투자 안전지대' 탐색에 나서고 있다.
후보지로 지정되더라도 중심지역에서 10km 밖의 땅은 건축 및 개발행위 등의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보지로 지정된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지도를 펴놓고 발표된 후보지와 특례지역을 일일이 체크하며 안전지대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충청권 전문 부동산개발업체인 샤인개발산업의 오장필 사장은 "짙은 관망세 속에서도 고수들은 후보지를 약간 벗어난 지역을 찾아달라는 매수 주문을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실장은 "오랫동안 투자를 해온 전문투자자들의 접근방식은 역발상"이라며 "이들이 후보지에서 10km 이상 벗어난 땅을 찾아달라고 해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장기·논산=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
오송·음성·진천·천안=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