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코리아는 왕따?

"회의 내내 'Korea'라는 단어를 한마디도 못들었어요." 아시아국가간의 경제협력방안을 찾기 위한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아시아원탁회의가 열린 지난 14일 서울 신라호텔.회의를 정리하는 종합토론이 끝나자 한 참석자는 "회의 장소가 서울인데 한국이 이렇게도 소외될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세계 각국의 참석자들은 아시아지역의 경제현안 8개를 선정,우선순위를 매겼다. 첫번째 일본 경제회생의 지속 가능성,두번째 중국 경제 향방 등의 순으로 매겨졌지만 정작 한국 경제와 관련된 내용은 전무했다. 심지어 'Korea'라는 말 자체가 토론회장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미리 정해진 15개의 원탁회의 주제 중에서도 북핵 문제만이 한국과 관련된 유일한 내용이었다.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WEF 회의에서 한국이 왜 잊혀진 나라로 분류됐을까. 작은 경제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이 회의개최지로 선정된 지난 2002년만 하더라도 한국은 아시아 경제의 핵심 아젠다였다. 월드컵을 통해 세계에 보여준 역동적 에너지가 어떻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질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여현덕 WEF 한국대표부 대표는 "당시의 에너지가 경제성장으로 흡입되지 못해 한국은 세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요즘엔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세계 회의를 가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의 역학관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우리의 생존전략을 세우는 게 다급한데 좌우라는 냉전시대의 논의틀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더이상 세계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한국.실현 가능성에서 멀어져만 가는 동북아 허브 구상.이런 징후를 보고도 정부는 사상최대 무역흑자와 같은 숫자에 안주하며 경제위기론을 계속 부정할 지 자못 궁금하다. 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