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선물을 주무른다 .. '큰손' 동맹군 결성 관측

"개인선물 동향을 보고 주식을 거래하라" 이달들어 선물시장에서 개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이 결정되는 현상이 날로 심화되고있다.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방향성없이 매수와 매도를 되풀이해,영향력이 현저히 위축되고 있는 동안 선물시장을 장악한 개인의 매매 동향이 증시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 매매를 장악한 개인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을 때 개인은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이 기간중 선물시장에서만 1천5백억원을 잃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하순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개인이 선물시장에서 취하는 포지션대로 증시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3일(거래일 기준) 동안은 하루도 예외없이 개인이 선물을 사면 종합주가지수와 선물지수가 상승하고,선물을 팔면 떨어지는 일이 되풀이됐다. 16일 증시의 경우 오전 한때 개인의 선물매수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현물매수+선물매도)로 17포인트 넘게 오르며 770선에 바짝 다가섰던 종합주가지수가 개인의 선물매도 전환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최근들어 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매매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화됐다"며 "특히 선물베이시스의 움직임이 이들에 의해 장악되면서 프로그램매매도 개인의 선물 매매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큰손',연합전선 구축했나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자 증시 일각에서는 선물시장에서 개인 큰손의 '연합전선'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말부터 5월 중순까지 큰 손실을 입은 뒤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개인 선물투자자들이 모여 '동맹군'을 결성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랩어카운트처럼 개인의 돈을 모아 전문투자자가 선물을 매매하는 '사설펀드'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최근 시스템트레이딩에 의한 선물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들의 선물 매매 집중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본적 이유는 국내 증시 체력이 최근들어 크게 허약해진 결과란 분석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달들어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코스닥의 중소형 종목처럼 하루에도 5∼6% 급락하거나 3∼4% 오르는 일이 빈번해질 만큼 현물시장의 체력이 바닥나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의 가장 큰 수급주체로 부상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확실한 매수주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개인의 선물 매매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증시 등락이 결정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범 연구위원은 "인덱스펀드가 중간배당을 앞두고 현물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개인은 앞으로 선물 매수포지션 위주의 매매를 할 공산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