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회생 또 암초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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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메모리반도체 메이커인 엘피다메모리가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에 대해 반덤핑 보복조치를 취해 달라는 신청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 하이닉스 회생에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일본 재무성은 16일 하이닉스 D램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일본법인의 신청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1천5백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6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한데 이어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행진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하이닉스가 '엘피다 폭풍'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됐다.
◆ 엘피다, '하이닉스 잡기' 공세
엘피다와 마이크론은 신청서에서 △하이닉스가 정책기관인 수출보험공사의 지원을 받아 민간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았고 △만기 도래한 하이닉스 사채를 한국산업은행이 인수했으며 △한국정부의 지시 아래 민간은행이 하이닉스에 협조융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이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하이닉스가 D램을 싼 값에 일본에 수출, 일본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상계관세를 부과해줄 것을 요청했다.
엘피다는 지난해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3%를 기록한 세계 6위의 D램 업체.
D램 시장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거진 엘피다의 상계관세 공세는 D램 업계 상위 업체 가운데 쉽게 '약점'을 찾을 수 있는 하이닉스를 공격 목표로 삼아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하이닉스, "공정한 판정 기대"
하이닉스는 이날 공식발표문을 통해 "엘피다의 상계관세 부과 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상계관세 부과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엘피다가 일본 정부에 상계관세 조사를 신청한 것은 자국 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이닉스는 "일본 정부가 객관적인 증거 및 법률적 근거에 따라 공정한 판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가 자국 금융지원 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한 점과 D램을 사용하는 자국의 IT 및 가전산업 등을 감안한다면 일방적인 판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계관세 부과되면 치명타
하이닉스는 미국과 EU에서도 상계관세 문제가 걸려 있다.
미국과 EU가 하이닉스 D램에 대해 각각 44.29%와 34.8%의 상계관세를 부과, 한국 정부가 WTO에 상계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제소해 놓은 상태이다.
자칫 일본 미국 EU에서 잇달아 상계관세 부과 판정을 받을 경우 하이닉스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상계관세 문제 등의 돌파구로 유럽계 반도체 메이커인 ST마이크로와 함께 추진하다가 채권단의 반대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중국 공장 건설방안이 어떻게 해결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