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相生의 길' 찾는다] (5) '노조 지도부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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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표 페인트로 유명한 페인트 전문업체 DPI.
이 사업장은 노조지도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기업을 반석에 올린 대표적인 곳이다.
노조의 리더십은 DPI 노사협상을 6년째 무교섭 타결로 이끈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DPI 노사는 기본급 5%인상과 영업이익목표 4% 초과달성시 특별 성과급 1백% 지급에 최종 합의했다.
2002년부터 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목 위원장은 "경기침체,경쟁격화 등 회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적정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만들었다"며 "월급 한두푼 더 받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노사간 신뢰"라고 강조했다.
DPI 노조의 리더십이 빛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7월 전기누전으로 회사에 불이 나고 부터다.
당시 화재로 제품창고, 원료창고가 전소됐을때 노조는 복구작업을 주도했다.
조합원들은 자발적으로 무보수철야근무, 휴일무급근무를 실시했다.
또 비상근무에 돌입해 급한 납기물품을 생산했다.
노조의 이런 노력으로 말미암아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복구작업은 2개월만에 마무리 됐고 '이제 노루표는 끝났다'는 업계의 예상을 단시간에 깨트릴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노사관계는 급진전 됐고 김 위원장이 이끄는 집행부에 이르기 까지 '상생의 리더십'이란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최근 DPI 노조는 불경기를 타개하고자 회사 제품을 노조가 자발적으로 홍보하는 등 회사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교육원 객원교수 자격으로 현대자동차 임원들에게 40여회의 강의를 벌여 현대자동차에 노루표 페인트를 납품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9일 KT에서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87년 이후 매년 파업으로 몸살을 앓던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분규없이 노사협상을 타결지은 것이다.
무파업 타결이 이뤄지자 가장 놀란 곳은 민주노총이었다.
민주노총은 단위노조 중에서도 강성노조로 유명한 KT노조의 변신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KT 노조가 변신한 요인으로 지재식 노조위원장의 역할을 꼽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2002년 말 새 위원장에 선출된 그는 민영화 이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던 KT를 살리기위해 노조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부터 시작했다.
여러 분파로 나뉘어져 있는 노조내부를 통합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파업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우려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 위원장은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사용자측과의 소모적 갈등을 피해나갔다.
지 위원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원만한 노사관계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선 노조가 단합된 힘을 발휘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시 노조가 제대로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위기를 극복할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경우 회사가 송두리째 무너질수 있다는 얘기다.
KT 노조는 조합원 수만 3만명을 넘는 대형 노조로 매년 하투(夏鬪)때마다 신문에 이름이 빠지지 않을 만큼 강도 높은 투쟁을 벌여온 노동계 실세다.
특히 지난 2000년 연말에는 2만5천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초대형 파업을 주도해 '용공세력'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다.
지 위원장은 취임 후 이처럼 강공일변도로 치달아온 노조의 운동노선을 대화와 타협쪽으로 완전히 틀어놓았다.
9년째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비롯 현대미포조선 태광산업 효성 등 울산지역 강성노조 사업장이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할수 있는 것은 노조집행부의 지도력에 기인하고 있다.
매년 장기파업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93년 온건노선을 표방한 당시 이용복 위원장이 당선된뒤 처음으로 무분규를 실현해 내기도 했다.
지금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배일도 의원이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으로 재직했던 99년에서 2004년초까지 지하철노조의 행보도 노동운동사에서 보기드문 '상생의 리더십'으로 꼽힌다.
87년 지하철노조를 만든 배 의원은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두번 투옥됐고 10년간 해직당했던 '투사'다.
하지만 98년 지하철 공사에 복직, 다음해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부터 완전히 산업평화의 전도사로 변모했다.
극렬 조합원이 많았던 지하철노조에서 당시 배 위원장의 변신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으나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반발을 잠재우며 5년동안 노조를 이끌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