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불량만두 수사 유감 .. 박주병 <생활경제 부장>

수많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지만 먹거리만큼 소비자들의 반응이 빨리,강력하게 나타나는 상품도 없다. 특히 불량식품에 대한 반응은 한번 소문이 돌면 되돌릴 수없을 정도로 삽시간에 퍼져 해당업체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우지파동으로 라면업계 1위의 자리에서 밀려나 지금껏 고전하고 있는 삼양라면의 사례가 이를 잘 반증한다. 한참 후에 우지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판정났지만 버스는 이미 지난간 뒤였다. 6월내내 언론을 뜨겁게 달군 불량만두 사건도 비슷한 결론으로 종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만두에는 단무지가 안들어 갑니다. 또 우리는 무말랭이가 아니라 정상 단무지를 들여왔으며 그것도 구내식당용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경찰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해명 기회를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물만두 전문 제조회사인 취영루 박성수 사장의 하소연이다. 박 사장은 강력한 항의로 무혐의 판정을 받아냈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일반 만두,물만두 가리지 않고 만두를 외면하고 있다. 불량만두 사건은 식품관련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우선 경찰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으뜸식품이 중국산 단무지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3천1뱃90톤을 업체들로부터 수거,분쇄한후 11개 유명 만두및 제빵업체에 납품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3천여톤은 단무지와 단무지 자투리를 합친 것으로 자투리만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무혐의로 밝혀진 취영루 동일냉동식품 금홍식품 등이 모두 자투리가 아닌 단무지를 구입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문제의 으뜸식품에 단무지 자투리를 건넸다는 단무지 업체들도 1천6백t 정도만 자투리이고 나머지는 보통 단무지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산이라는 부분도 일부에 국한된다고 항변한다. 으뜸식품의 시장점유율도 부풀려졌다. 만두소 시장에서 으뜸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아닌 10% 안팎이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으뜸식품의 시장점유율은 '단무지가 들어가는 만두소 시장'이 아닌 '만두소 시장'의 70%로 잘못 전해졌고 이는 결국 전체 만두의 70%가 불량으로 소비자들에게 비춰졌다. 경찰은 언론 잘못으로 돌리지만 설명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만두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만두=쓰레기 이미지"는 TV의 영향이 크다.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무말랭이가 모TV에 방영되면서 소비자들은 만두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는 만두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 TV장면은 경찰이 수사 참고용으로 촬영한 여러 필름 중 일부 선정적 장면만 뽑아 짜집기한 것이라는 주장이 업계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몇년전 공업용 우지라면 파동이나 포르말린 통조림 파동으로 멀쩡한 기업이 큰 피해를 입는 사례를 보았다. 이번 불량만두 사건에서도 이미 적지 않는 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물론 불량식품 사건은 수사를 빨리 진행시켜 관련자를 엄벌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수사를 서두른 나머지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서는 곤란하다. 마침 국무조정실은 만두사건과 관련해 경찰청 식품의약안전청의 수사 및 조사내용과 발표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중이라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하루 빨리 이를 공개해 소비자와 관련업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주병 생활경제부장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