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사법개혁'] (1) '윤곽 드러난 사법개혁'

이르면 2006년부터 신규 법관중 10~20%가 다양한 경력을 가진 5년차 이상의 변호사ㆍ검사 출신으로 채워지는 '법조 일원화'가 추진된다. 신규 법관 중 변호사ㆍ검사 출신 비율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 오는 2012년까지는 50%로 늘어난다. 출범 8개월째를 맞은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 변호사ㆍ이하 사개위)가 21일 사법개혁 방안의 큰 틀을 발표했다. 사개위는 올 연말까지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 법조 일원화, 법조인 양성 및 선발, 국민의 사법 참여, 사법서비스 및 형사사법제도 개선, 민사재판 개선 등 6대 의제에 대한 구체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사개위 관계자는 "사회 경험이 적은 법관들로 구성된 법원 조직에 전문성과 다양성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법조일원화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개위는 또 국민의 재판참여(판결참여)와 불구속 수사확대(인권존중) 등을 위한 구체적인 개혁방안도 곧 결론짓기로 했다. 특히 법률지식이 아닌 적성시험을 토대로 입학생을 뽑는 '로스쿨(Law Schoolㆍ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여부를 내달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벌금'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일수벌금제'로 개선하는 등 형벌제도 개선된다. 그러나 올 연말까지 구체안이 확정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정치권이 독자적인 사법개혁논의기구 설치를 구상하고 있고 입법화 과정에서 여야간 시각차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논의 배경 및 경과 =사개위는 작년 8월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법개혁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함에 따라 두달 뒤인 10월28일 공식 출범했다. 그동안 15차례의 전원회의와 두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이견을 좁혀왔다. 공정한 법관, 시민과 기업에 필요한 변호사, 민주적 절차가 확보된 형사사법을 운용하는 것이 개혁의 목표다. 사개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법원과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 3륜'뿐 아니라 국회와 교육부 경제계 노동계 여성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을 골고루 참여시켰다. ◆ 성과 및 쟁점 =사개위는 일반 시민 등 누구나 대법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추천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안건을 확정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르면 오는 8월 퇴임하는 조무제 대법관 후임 인선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법관의 자격요건(만40세 이상, 법조경력 15년 이상 등) 자체는 바뀌지 않아 사회 각계의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는 측과 전문성, 경륜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맞서 실제 추천과정에서 마찰도 예상된다. 로스쿨 도입으로 요약되는 '법조인 양성 및 선발'도 마찬가지다. 미국식 로스쿨이 도입될 경우 대학교육 체계의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로스쿨 도입 여건을 갖춘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다 궁극적으로는 법과대학 폐지 여부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국민 구성원이 직접 재판 판결에 관여하는 '참심ㆍ배심제'는 시기상조라는 반대 의견이 많다. 기존 재판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면 굳이 '논란이 많은' 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 향후 일정 및 전망 =사개위는 올해안에 6대 의제에 대한 안건을 확정한 뒤 대법원장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대법원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곧바로 제출하게 된다. 대통령의 특별한 '비토'가 없을 경우 확정안은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확정 시행된다. 현재로선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된 만큼 개혁안의 큰 틀이 훼손될 가능성은 적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다만 로스쿨 도입이나 대법관 인선처럼 집단간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는 정치인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구체안 확정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사개위 활동을 모니터해 온 참여연대 관계자는 "권위적인 법조계 출신 인사들의 생각이 위원회 전체를 지배하는게 문제"라며 "시한에 밀려 급하게 결론을 내릴 경우 무늬만 개혁으로 끝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하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