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랍' 충격] "무장단체와 6차례 석방교섭" ‥ 가나무역 사장

가나무역 김춘호 사장은 21일 "우리는 그동안 김선일씨를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내 이슬람 저항세력과 6차례 석방 교섭을 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모술에서 바그다드로 이동하는 도중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석방교섭 과정에서 그들로부터 10여명의 인질을 억류 중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가나무역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종합무역업체로 이라크전 이후 주로 미군부대에 식자재 등 생필품을 납품해왔다. 김 사장에 따르면 김선일씨는 수개월 전부터 팔루자에 있는 미군 리지웨이 기지에 파견돼 근무해 왔다. 그런데 4∼5일 전 미군측으로부터 김씨가 미국 핼리버튼 계열사 군납업체 KBR 직원들과 함께 기지를 떠나 바그다드로 향한 뒤 소식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핼리버튼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회장을 맡았던 에너지ㆍ건설 전문기업이다. 김씨가 정확히 언제 미군 기지를 떠났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7일 전후 리지웨이 기지에서 KBR 직원들이 미군부대 부식 수송 냉동 트레일러 4대를 운전해 바그다드를 향해 갔는데 이 차량에 함께 탔다가 사고를 당한 것 같다고 김 사장은 추정했다. 한국 공관에 신고가 늦었던 이유와 관련, 김 사장은 "미군 관계자가 사건발생 직후 빨리 보자고 해서 모술에 가서 대책을 협의한 뒤 그 결과를 갖고 한국 공관에 신고하려다 늦었다"며 "김씨의 행방이 묘연해짐에 따라 직원들을 팔루자에 보내 행방을 수소문했으며 그 뒤 무장세력이 김씨를 억류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라크인 직원 3명을 팔루자에 6차례 보내 석방 교섭을 벌였다"고 답변했다. KBR 직원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며 미군측도 이에 대해 말을 안해주고 있다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석방협상 당시 무장세력들은 자신들의 표적은 KBR 직원들이었는데 김씨가 이들과 함께 있어 우연히 붙잡혀 온 것이라며 "김씨의 안전은 보장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 기자 한 명 등을 포함해 총 10여명이 억류돼 있다는 사실도 잇따른 협상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한편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제마부대 소속 군의관들은 21일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의 피랍사건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민 진료 활동을 중단했다. 제마부대에서 통역관으로 일하는 모하메드 무다와르는 이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군 군의관들은 김씨가 납치된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라크 대민 진료를 잠정 중단하고 김씨의 생사 여부에 관한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제마부대는 지난 1년여동안 나시리야 서쪽 20㎞ 지점의 탈릴 기지에 주둔하면서 밤낮으로 대민진료 활동을 펼쳐 지금까지 수술환자 등을 포함, 모두 2만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고 무다와르는 밝혔다. 현재 제마부대에 소속된 군의관은 35명으로 알려졌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