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교육이 제3의 복지 패러다임..尹桂燮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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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질 줄 모르는 국민연금에 대한 반대여론은 복지정책과 관련해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 주도도, 시장 일임도 아닌 제3의 복지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 일임형 복지정책은 두가지 이유에서 비현실적이다.
첫째,한때 사회안전망 기능을 해주던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
생계형 자살의 증가는 친족의 후의에 의존해 어려움을 극복하던 시기가 끝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청년실업자로 전락한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를 챙겨줄 여력이 있을리 없다.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고아가 늘고 이에 따라 부모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할 수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둘째,외환위기 이후 절대 빈곤층의 숫자가 대폭 늘었을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은 빈곤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아파트 원가 공개, 부유세 도입과 같은 극단적 정책 대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정치 세력과 정치인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표심의 향방에 민감하게 마련인 정치인들에게 점차 늘어가는 유권자들의 요구를 무조건 외면하라고 주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국가 주도로 복지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해답이 될순 없다.무엇보다 정부주도의 복지정책은 관료주의와 예측불가능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복지 운영 체계가 비대화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쉽다.
복지의 질과 양은 정부의 재정상태 악화, 부담계층 축소, 그리고 수혜계층 증가와 같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이다.
더불어 일방적 혜택위주의 국가복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유럽 국가들에서 보듯이 삶의 질을 스스로 낮추며 국가지원만으로 연명하는 인구가 늘어나게 만들수 있다. 노동시장의 규모를 축소시키며 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민적 일체감도 저해시킬 수 있다.
부담 계층이 수혜 계층을 사회적 실패자,무임승차자로 여기며 불신감을 키울 뿐 아니라 남의 복지 부담을 떠맡는다는 사실에 반발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복지와 시장복지를 뛰어넘는 제3의 복지정책의 모색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실직자와 빈곤층 자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복지'가 그 대안일 수 있다.
교육복지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청장년층 복지혜택 수혜자들에게 물고기를 그냥 주기보다는 낚시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교육복지는 뜻하지 않은 실직이나 곤궁에 빠진 노동 연령층 국민들에게 취업교육을 통해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기회를 준다.
이로써 시민들이 복지혜택 수혜자들에 대해 갖는 편견을 완화시킬 수 있다.
재교육의 기간과 횟수에 제한을 둘 경우 실업에서 노동시장 재진입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한편, 빈곤층 자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해 가난의 세습 현상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다.
빈곤의 세습을 끊기 위해 부모에게 무한정의 물적 지원을 제공하기보다는 그들의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이야말로 빈곤 극복의 가장 합법적인 지름길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주목한다.
가정환경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성실성에도 불구하고 가난의 족쇄에 매어있을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끝으로,시장경제의 주체,기업과의 연계를 극대화한다.
기업들은 교육내용에 기업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복지는 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고, 교육을 마친 수료자들의 실업난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할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은 교육에 소요되는 기자재와 장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국가 복지의 고질적 문제인 관료주의와 복지 재정의 과다화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제3의 복지 패러다임의 구상을 현실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 각국은 미국식 시장 복지와 유럽식 국가 복지 모두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양한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모범 답안을 찾기 힘든 현시점에서 교육복지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복지야말로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로 살려 선진국 복지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지정책과 관련한 국민적 정서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