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김포공항..이팔성 <우리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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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이런 저런 연유로 나는 부산에 갈 일이 꽤 있으며,그때마다 비행기를 이용해 왔다.
자연스레 김포공항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됐다.
지난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된 이후에도 기녀 천관을 찾는 김유신의 말 처럼 발길은 김포로 향했다.
지난 주였던가.
탑승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어 찬찬히 공항을 둘러보다 보니 언제 이렇게 바뀌었나 하는 감탄을 연발하던 중,큰 태극기 하나를 가운데 두고 수십개의 작은 태극기가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뭐,특별히 이상하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굳이 태극기만 휘날리는 것이 단조롭고 밋밋해보여 아쉬웠다.
아마도 국내선 공항이기에 그러리라 추정됐다.
그런데 만약 둘러싸고 있는 작은 태극기들을 세계각국의 국기로 바꿔 달아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비록 국내선 공항이라도 만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공항의 이미지에 어울릴 뿐만 아니라,국내선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을 것이고 번잡한 국제공항보다 도리어 다른나라 국내선공항의 자국기가 더 진한 향수와 감동을 준다고 보면,태극기만 펄럭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한다.
김포공항은 1958년 개항 이후 2001년 국제선부문을 넘겨주기까지 43년간 줄곧 우리의 관문이었고,절묘하게도 이 시기가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경제성장기이자 나의 청장년기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김포공항에 대한 애틋함은 남다르다.
난생 처음 외국에 나갈 때의 그 흥분과 두근거림에 함께 했고,일본 근무시절 지겨울 정도로 드나들면서 익숙해진 그 김포공항이 이제 새로운 변신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발돋움하는 인천공항에 윗자리를 내어준 후,고속철도의 등장으로 힘든 경쟁에 내몰린 김포공항이 각종 편의 시설과 쇼핑몰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으로 환골탈태하는 불가피한 선택은 나를 짧은 소회(所懷)에 빠지게 했다.
장강(長江)의 대세를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공항본연의 역할에서 비껴나는 모습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포공항이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는 듯하다.
다시 하네다공항과 노선을 신설하는 것을 보면,도심접근성과 편의성을 무기로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과 연계하는 근거리 국제선의 중심으로 진정한 재탄생이 예상된다.
그때,대형 태극기가 만국기와 함께 드높게 휘날리는 김포공항을 본다면 정녕 보람차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