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3이란 숫자..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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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사람에게는 평생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거나,세 명의 길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돼 있다고 어머님은 간혹 말씀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주어질 세 번의 기회와 세 명의 길인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또 3이란 숫자는 하고자 했던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때 내게 용기와 인내를 일깨워주는 동인이 됐다.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일을 하다가 원하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적어도 세 번은 시도해 봐야지 하면서 마음을 추슬렀고,친구에 대한 믿음이 깨졌을 때에도 바로 돌아서지 않고 적어도 세 번은 그를 믿어보려고 했다.
차츰 나이를 먹어가고 이제 전문직 여성으로 활동하면서 어머님의 그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름대로 이해하게 됐다.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면서 '삼세판'이라는 말을 사용하듯,어쩌면 우리가 60평생(이제는 70∼80평생일까?)을 사는 동안 적어도 세 번의 기회는 주어질지 모른다.
이렇듯 귀중한 단 세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아마도 최상,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리라.그렇지만 우리가 어려운 고비마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준다는 그 세 번의 기회란 대체 무엇인가? 실제로 그건 외부에서 뜻하지 않게 주어지는 선물일 수도 있으리라.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려는 일종의 자기암시,주문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 번의 기회라든가,세 명의 길인이라는 어머님 말씀을 통해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 자신의 위치와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채 태어나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최소한 세 사람은 나에게 중요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나아가 내 스스로도 타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는 길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타인,특히 나보다 젊거나 더욱 힘든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3이라는 숫자는 인간이 홀로 살 수 없기에 함께 도우며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내게 가르쳐 주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는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