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회복 '보약' 뭘까 .. 등록기업 주가방어 안간힘
입력
수정
코스닥기업들이 주가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기력 장세로 인해 펀더멘털(기업기초체력)과 무관한 동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주주 손실과 기업이미지 추락이라는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나 대주주 지분매수 등 주가방어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조기 상환하거나 IR 횟수를 늘리고 호재성 재료를 공시하는 기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주주중시 경영풍토가 확산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약발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적이나 수급상황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잇달아 쏟아지는 주가방어책
아이디스는 지난 22일 장마감 직전 "10억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10일 연속 하락세로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하자 내놓은 긴급조치다.
이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결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측은 "주가는 시장에 맡긴다는 게 경영진의 방침이었으나 최근 주가 흐름은 시장논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영방침도 적극적인 주가부양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들어 누리텔레콤 링네트 경창산업 에이스디지텍 등 8개 업체가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거나 결의했다.
CB BW 조기 상환도 배경은 비슷하다.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등록되면 물량부담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는 만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이달들어 태산엘시디 성광엔비텍 등이 만기 이전에 CB나 BW를 사들였다.
우주일렉트로 인터파크 등은 해외 IR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했다.
시스윌은 지난 18일 등록 후 첫 IR 실시 소식을 재료로 '반짝 상한가'를 보였다.
최대주주나 경영진들의 장내매수도 부쩍 늘었다.
주가부양과 경영권 안정을 위한 이중포석이다.
이스턴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인 황요섭씨는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21.74%에서 21.78%로 늘렸다.
"주가 관리와 함께 내달 주총을 앞두고 최근 외부기업이 주식을 늘리는데 따른 대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수급이 주요변수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주가방어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주가부양에 나서는 기업은 그만큼 자금여력이 있고 경영진도 주가에 신경을 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요즘처럼 모멘텀 없이 표류하는 장세에선 물량 수급의 안전판 역할까지도 가능하다"며 "그러나 생색내기식 부양책을 펴거나 실적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의 경우 급락세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업체나 거래량이 적고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곳은 자사주 매입 등의 주가부양책이 반등세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인위적인 부양책에 지나치게 과민반응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