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쌀때 사두자" - 개인 큰손들 "팔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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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약세장에서도 대형 외국계 펀드들의 한국주식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우량주들의 주가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개인 "큰손"들은 증시를 떠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3일 거래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종합주가지수의 하락에도 불구,삼성전자(4백35억원 순매수),LG전자(2백37억원),국민은행(1백29억원),삼성SDI(96억원) 등 블루칩을 대량 사들였다.
특히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연중 최저가로 떨어지자 연일 매수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반면 개인들은 외국인들이 대형주를 사들이면 곧바로 물량을 내놓는 매매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개인과 기관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외국인들이 우량주를 야금야금 사모으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매수우위인 외국계 '큰손'
증권거래소는 증시 부진에도 불구,단일 외국인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22일 현재 모두 1백49개로 작년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보유 주식수도 6억7천8백99만여주로 20% 이상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특히 4월말 이후 급락장에서도 외국인 '큰손'은 매수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금액(2조2천8백억원)이 가장 많은 캐피탈그룹의 경우 최근 하락장에서 LG전선(9.46%),현대해상(7.62%) 등의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템플턴은 LG석유화학과 하이트맥주 풍산 등을 사들였다.
저가주에만 투자하는 피델리티저가주펀드는 4월말 이후 선진과 동아제약 한국단자 등을 5% 이상씩 확보했다.
피델리티펀드는 지난 4월초 LG전자 지분을 5% 이상 매입한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이달초까지 지속적으로 사들여 지분을 9.22%까지 확대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피델리티의 LG전자 평균 매수단가가 6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15%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매수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지금 주가를 바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외국계 대형 펀드들은 단기 악재에 비교적 둔감하다"며 "한국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한 매수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떠나는 개인 '큰손'
매수우위를 유지하는 외국인 '큰손'과는 반대로 개인 '큰손'들은 증시를 등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1거래당 5만주 이상의 대량거래(체결기준) 비중이 월별로 5∼9%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작년의 17∼27%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지난 4월말 10조7천억원에 달했던 고객예탁금도 22일 현재 8조2천억원선으로 2조5천억원 이상 줄었다.
고객예탁금 8조원대는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500포인트를 기록하던 당시의 수준과 비슷하다.
증시 한 전문가는 "최근 지수 하락장에서 개인 '큰손'들이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현물 주식시장에서 투기적 선물거래로 대거 옮겨간 결과"라고 풀이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