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도시의 상징이다.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고 가로수가 생기면 도시는 일단 완성된다. 가로수의 수종은 도시의 품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경우 포플러와 버드나무는 줄어들고 은행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래도 많은 건 플라타너스다. 플라타너스(Platanus)는 '넓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포플러와 비슷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지만 포플러보다 잎이 크고 넓다. 꽃말은 천재,마틴 킹 목사의 상징나무고,12월 23일의 탄생화다. 추위에 잘 견디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가로수와 공원수로 널리 쓰인다. 우리말 이름은 버즘나무.수피가 허옇게 벗겨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북한에선 이 이름이 뭣하다 싶었는지 방울나무라고 지었다. 국내엔 1910년께 들어와 한동안 법국오동(法國梧桐,법국은 프랑스를 지칭)이라고 불렸다. 국내엔 버즘 양버즘 단풍버즘 등 3종이 있는데 대부분은 양버즘나무다. 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청주도심까지 36번 국도에 있는 1천5백여 그루의 플라타너스길은 유명하거니와 서울 강북지역 가로수는 대부분 플라타너스다. 이런 플라타너스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방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자동차 10대의 배출량과 같고 따라서 도심 오존 생성의 주원인'이라는 발표에 대해 '그렇지 않다,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매일 3.5명이 숨쉴 수 있는 산소를 배출하고 오존 흡수와 대기 정화 작용이 뛰어나다'는 반론이 맞선다. 김현승 시에 따르면 플라타너스는 '먼 길에 올제,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같이 걷는 나무다. 빨리 자라고 튼튼하다는 이유로 껍질이 벗겨지는 걸 감수하고 심었으니 어쩌면 포플러와 함께 가난하던 시절의 나무이기도 한 셈.그 나무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얘기는 그 그늘에서 쉬고 비도 피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도 남는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빨리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심자는 민원을 낸다는 마당이다. 정확한 사실 여부가 밝혀져야 마땅하겠거니와 이런 발표는 제발 좀 신중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